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진행 중인) 노동개혁 조치가 모두 완료된다 해도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장 개혁으로 보기엔 10분의 1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의 타깃은 왜곡되고 편중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였다.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개혁 성공의 관건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2대 지침’을 내놓자 일선 기업에선 “저(低)성과자 해고가 더 까다롭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동개혁 법안들도 이중구조를 손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박 정부 노동개혁은 곁가지만 건드렸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적극 개진한 호봉제 폐지론은 차선의 대안으로 설득력이 있다.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80%가 능력·성과와 무관하게 매년 임금을 올려주는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과 30년차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3.1배에 달한다. 독일은 1.9배, 스웨덴은 1.1배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박 회장은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면 명예퇴직이나 해고 필요성이 없어져 고용 안정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도 따지고 보면 고용·임금 경직성의 기형적 산물이다.

고용 유연성 제고가 어렵다면 임금체계 유연화가 대안이다. 병행하면 더 좋겠지만 호봉제만 개혁해도 고용 여력을 키워 청년실업(失業)을 줄일 수 있다. 노사가 긴 안목으로, 그러나 한시라도 바삐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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