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팀 문책·쇄신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핵(北核) 저지에 실패한 데다 홍용표 통일장관이 “개성공단 자금이 북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던 전날 발언을 번복하고,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자위적 핵 보유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로선 억울한 점이 많을 것 같다. 최근 북한 핵 위기가 박 정부의 실책에서 비롯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북한 핵 대책은 김영삼정부 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김 대통령이 미국의 영변 폭격에 반대해 북한이 마음 놓고 핵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북한 핵무기는 자위용이라면서 북한을 두둔했다.
정치인·언론인과 학자들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인사가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다, 핵 동결과 평화협정을 교환해야 한다,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5·24 대북 제재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최근에는 창의적 접근이니, 압박과 대화의 병행이니, 선거 악용 가능성이니 하면서 은근히 대북 제재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남쪽에 우군이 많으니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가 없다. 어떤 도발을 해도 잠시 와글거리다 곧 잠잠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박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은 이상주의에 매몰됐던 과거 정부들에 비해 훨씬 세련됐다고 볼 수 있다. 현실주의적 기조에다 철학과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더 이상 우리를 속이려 들지 말라는 경고에 방점을 둔 정책이다.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 관계와는 별개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과거 서독처럼 통일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중시한 ‘철학 있는 정책’이다. 각계의 빗발친 요구에도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불가 방침을 꿋꿋이 지켜낸 것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독일 통일 이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통일 기피 심리를 바로잡고 우리 국민이 올바른 통일관을 갖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박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을 무조건 칭송만 할 생각은 없다. DMZ 평화공원 제안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세계에 평화달성 기념공원은 있어도 공원을 만들어 평화를 이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도 김영삼, 노무현 정부에서 실패로 끝난 정책인데 무슨 생각으로 다시 제안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의 휴전선 확성기 방송 재개, 5자회담 제의 및 개성공단 폐쇄 조치도 즉흥적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공들이고 자랑했던 대(對)중국 외교가 참담한 실패로 끝난 데 대해서는 할 말을 잊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할 때다. 북한의 핵 개발은 햇볕정책과 화해·평화 지상주의자들의 도움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지 박 정부의 실책 때문이 아니다. 홍 장관의 발언 번복은 극히 민감한 정보 출처 보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제 외교·안보 라인은 재정비할 때가 된 듯하다. 정책 실패의 원인도 밝히고 도의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유엔의 제재 이행, 전술핵과 사드(THAAD) 배치, 중국·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유지,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 등 새 팀이 맡는 게 타당한 일도 많다. 아쉽지만 2년 가까이 재임한 외교·안보 라인은 교체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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