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다녀.”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독서실에 갔다가 귀가하는 덕선(혜리)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무심히 던진 정환(류준열)의 이 한 마디는 여심(女心)을 사로잡았다. 이 달콤한 한 마디를 현실 속 배우 류준열에게 들은 주인공은 MBC 예능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이윤진 작가였다.
 
이 작가는 류준열에게 은인과 같은 존재다. 지난해 영화 ‘소셜포비아’를 보다가 류준열을 발견한 이 작가는 친분이 있던 ‘응팔’ 작가진에 류준열을 추천했다. 이를 계기로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고 ‘응팔’ 오디션을 통해 정환 캐릭터를 거머쥔 류준열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6일 문화일보 사옥을 방문한 류준열과 이 작가의 전화 인터뷰를 주선했다. 수화기 너머 대뜸 “행복하고, 일찍 다녀”라는 류준열의 말에 “누구세요?”라고 당황한 이 작가는 “언젠가 만나뵐 거라 생각하고 가슴 속에 담아 있는 친구 중 한 명인 류준열입니다”라는 깍듯한 인사에 “아~”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가의 SNS 바탕화면은 류준열이 지난해 6월 감사의 뜻으로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라고 직접 써서 보낸 편지(사진)다. 최근 류준열과 이 작가의 사연이 알려진 것을 두고 이 작가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말하고 다녀서…”라고 운을 뗐고 류준열은 “아니에요. 덕분에 제 인생을 바꿔놓을 작품을 만날 수 있었어요”라며 거듭 인사했다.
 
이 작가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자 조력자이기도 하다. 2014년 방송된 ‘응답하라 1994’에서 서태지 마니아였던 가수 도희가 맡았던 조윤진이란 캐릭터의 실제 주인공이 이 작가고 드라마 속에 쓰인 서태지 관련 소품 모두 이 작가의 것이다. 그만큼 애착을 가지고 ‘응팔’ 작가들과 소통했던 터라 정환 역으로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던 류준열을 추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자신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라디오스타’에 류준열을 섭외하기 위해 소속사에 문의했던 이 작가는 조심스럽게 “꼭 섭외하고 싶어요”고 말을 건넸고 류준열은 “기회가 된다면 저도 출연하고 싶어요”라며 “(응팔) 작가님들과 함께 얼굴 보면 좋겠어요”라고 여운을 남겼다.
 
류준열은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 하고 배우 조인성, 정우성가 함께 영화 ‘더 킹’에 출연한다. “주인공부터 하자”는 달콤한 제안이 많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밟아가려 한다.

“서른 살의 나이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이런 인기에 보답하는 길은 결국 좋은 작품과 연기를 선보이는 것 아닐까요? 욕심도 나지만 차분히, 성실히 성장해 가고 싶습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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