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시는 노모는 몇몇 친구분들과 대부분의 낮 생활을 마을회관에서 보내신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면 마을회관으로 가서 그분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몇몇 어르신이 마을회관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댁에 칩거하신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 댁을 개별 방문해야만 인사를 드릴 수 있다. 인사차 방문할 때마다 몸이 불편하신 그분들이 전기화로 등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면 왠지 불안함을 느끼게 됐다. 만에 하나 불이 나면 피하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일 제주시의 한 단층집에서 불이 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성장애인이 숨진 사고가 있었다. 또, 지난 4일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70세 장애인 이모 씨가 버스에 깔려 부상한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담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17일에는 대구에서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한 해병대원이 뛰어내려 구한 일도 있었다.
장애인계에서는 이런 사고들을 지켜보면서 장애인 안전에 대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 시각장애인을 구한 해병대원도 고맙지만, 장애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애초에 그런 사고 자체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노인·장애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요양 및 거주시설들에는 더 심각한 참사(慘事)가 잠재돼 있다. 각종 화재 및 추락사고 등에 대한 무방비 상태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 영흥도에서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던 지적장애인이 시설 건물 4층에서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 사고가 같은 장소에서 계속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도 없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피해는 4만2135건에, 인명 피해 2180명으로 5% 선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집계된 서울시의 한 통계에 따르면 화재사고 시 비장애인에게서는 약 12%의 사상자가 발생하나, 장애인의 경우 57%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에게 화재 등 사고는 절반 이상이 죽음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에 따르면 노인 요양시설이나 장애인 보호시설은 거의 피난시설, 배연 시설, 내화 구조 등 안전시설이 매우 취약해 국토교통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1월에 발의된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잠자고 있다. 이 법안은 장애인복지시설 안전사고 예방교육 의무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장애인들의 안전에 대한 포괄적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이슈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이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장면을 장애인들은 절실히 원하고 있다.
또한, 2014년 기준 9380대에 이르는 전동 보장구(保障具)의 수를 고려하면 이를 이용하는 노인·장애인들에게 사전교육과 이용 매뉴얼 지급 서비스 등을 섬세하게 제공해야 한다. 도로 환경 개선 등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재정(財政) 및 시간이 필요하므로 우선 교육 등 연성(軟性) 서비스부터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
장애에 대응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사회 통합적인 디자인을 통해 장애인과 사회가 새로운 힘을 얻어가는 선진국을 부러워만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들에게 한발씩 한발씩 다가가야 한다. 장애인들의 안전은 그 변화의 첫걸음이 향하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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