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 변화’를 언급한 16일 경기 파주의 한 접경지역에서 한 부대원들이 K-9 전차를 동원해 작전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 변화’를 언급한 16일 경기 파주의 한 접경지역에서 한 부대원들이 K-9 전차를 동원해 작전을 벌이고 있다.
⑤ 한·미 동맹은 영원한가

1953년 체결한 방위조약
韓이 美에 안보위탁한 형식
63년 한미동맹 근간이지만
북핵 고도화 위협 앞에선
절대보검 아니다는 지적

“北 2020년 핵무기100개”
대남 도발·위협 고조 속
美의 핵우산 한계론도 제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핵무기 고도화 진전은 한·미 동맹의 영원불멸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동안 한·미 관계를 ‘빛 샐 틈 없는(no daylight) 동맹’이라고 표현해 왔지만, 최근 국내 일각에서는 한·미 동맹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절대 보검’식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논의는 두 가지 의문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수백, 수천만 자국민 피폭 위험 속에서도 한국 방어를 지속할 것인가?”,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안보는 언제까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하는가?” 등이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식조인 이후 한·미동맹은 63년 동안 한국 외교의 근간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공격과 기습남침이 잠재적 가능성이 아닌 현실적 위협이 되면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 = ‘2025년 6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 공격을 명령한다. 핵미사일은 일반 미사일에 섞여 한국군 기지와 서울, 인천 등 대도시에 쏟아진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뚫리고, 한국군은 초토화된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핵 타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북한의 핵탄두 탑재 이동식 KN-08 장거리미사일(ICBM)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겨냥해 위협 태세를 갖춘다. 전면 핵전쟁을 원치 않는 미국은 외교적 해결에 나선다. 결국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군이 남한으로 물밀듯 내려온다.’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노골적인 전쟁 위협은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끄집어내게 만든다. 조선중앙방송은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어버이 장군님은 위대한 태양의 빛발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둘레)에 굳게 뭉쳐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는 우리의 앞길을 축복하시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며 ‘최후의 승리’를 운운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14일 ‘조선인민군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장병 예식’에서 “적들이 우리의 자주적 권리를 침해하려고 움쩍한다면 침략의 본거지들을 무자비하게 죽탕쳐 버리겠다”며 핵무기 개발 옹호에 나섰다.

◇굳건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구멍 = 한·미동맹은 144개의 조약과 협정으로 이뤄진 조약동맹이지만 기본 골격은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위탁한 군사동맹이다. 전문과 본문 6조 및 부속문서로 구성된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양국은 외부의 공격에 공동 대응하고, 미국은 자국 군대를 한국 영토에 주둔시키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북한이 중·단거리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고, 핵탄두 탑재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경우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핵 등으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즉각적인 자동개입을 할 수 있는 법적 보장 장치가 사실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간다. 황일순(원자핵공학과 교수) 서울대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핵무기 경량화와 소형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3년 동안 한국 외교와 한·미동맹은 불가분리(不可分離),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 속에서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핵의 미래’ 프로젝트 연구에서 “북한은 2015년 2월 기준으로 10∼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대략 100개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무기가 많아질수록 기습 남침의 위험도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와 함께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가혹한 제재’로 김정은 정권에 핵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강제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내핍에 익숙한 북한 사회에 결정적 타격을 입혀 핵무기 포기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머뭇거리는 미국 =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론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와해와 동북아 핵확산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FP통신은 15일 “한국은 NPT에 서명한 190개국 중 하나로 한국의 핵무장론을 워싱턴에서 수용할 이는 거의 없다(few takers)”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중 대립 구도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이용하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김정일 동지가 생전에 중국과 북한 우호협력 관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우리는 양국 인민 간의 전통적 우의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겉으로는 유엔의 대북 추가제재에 동참한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로는 실질적 제재를 꺼리는 이중 행보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NPT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기대면서 북한 핵 능력 증대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이제교·인지현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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