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특단대책 촉구“소비 여력 악화 심각
미니대책으로는 한계
생필품 부가세 인하 등
당장 소비절벽 막아야”

“수출품 비용 절감하고
新시장개척 고비 넘겨야”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심화를 우려하며 통화, 재정, 구조개혁 등을 아우르는 정부의 과감한 종합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대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디플레이션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며 “지금 상태로 가면 기업 부도나 대규모 해고 등 위기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통화, 재정, 구조개혁을 결합하는 전방위적 정책 대응만이 추가 경기 하락을 저지할 수 있다”며 “최근 ‘유일호 경제팀’이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 미니 대책을 내놨는데 좀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깎아주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과감한 형태의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지금까지의 통화정책은 경기가 후퇴한 뒤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미미한 효과만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소비절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 여력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개소세 인하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잠시 살아났지만, 한시적 대책은 한계가 있고 구조적으로 소비 여력 자체가 악화한 상황”이라며 “소득은 정체돼 있고 가계부채는 쌓여가고 일자리는 줄고 집값은 오르다 보니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의 경우 중국 경기 등 통제하기 힘든 변수가 많다”면서 “결국은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상적으로는 어느 한 부분도 우리 경기를 회복시킬만한 상황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대로 놔둬서는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고, 저성장 상태가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경기 악화로 수요가 떨어지며 수출에 장벽이 생겼고 내수도 고령화까지 맞물리며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며 “재정이면 재정, 통화면 통화, 규제완화면 규제완화 등 다양한 수단을 종합 패키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보면 소비 진작을 위해 유류세나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거나, 추경을 편성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며 “정책을 하나하나로 나눠보면 위험 요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런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모아 적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관련기사

박수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