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적어서 꺼리던 분야 눈독
“일부 변호사 수익 위한 재판도”
변리·세무사업계 등 강력 반발
변호사에 자격 부여 취소 요구
변호사 2만 명 시대라는 말이 방증하듯 비약적으로 커진 변호사 업계가 내·외부적으로 치열한 ‘생존 전쟁’을 겪고 있다.
변리사·세무사 등 그간 하지 않았던 전문 법률 자문 직역에 발을 들이거나, 일부에서는 의뢰인에게 재판을 부추기는 등 업계 불황과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호사들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는 중이다.
◇‘밥그릇 싸움’ 본격화…17일 서울 서초동의 한 중소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최근 업계 불황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수임료가 낮은 사건은 물론, 그간 변리사나 세무사, 노무사 등이 하던 분야에까지 손을 뻗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업계 불황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된 것도 외부 직역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리사와 세무사, 노무사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변호사 출신에게 무조건 우리 직역의 자격증을 주는 것은 전문성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변호사는 자동으로 변리사와 세무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간에는 변호사 업계와 충돌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올해 1월 특허전문변호사회를 출범하고,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는 변호사들이 세무 업무에 뛰어드는 등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할 상황이 되자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지난해 변호사면 무조건 변리사로 등록할 수 있는 법안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펼쳤으며, 국회에는 한국세무사회의 청원에 따라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는 조항 폐지가 담긴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최근 변호사들은 노동 사건과 공인중개사 시장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노동 사건은 수익이 적어 변호사들이 꺼리는 편이었지만, 최근 해고와 산업재해 등 관련 사건들이 많아지며 기존 행정심판 등을 대행하던 노무사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노무사 업계 측은 노동 사건의 경우 노무사들도 재판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청원한 상태다. 공인중개업에도 변호사들이 적극 진출, 법률 자문을 대행한다며 일반적 부동산 소개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받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변호사 업계는 “개인 간 매매에 대한 정당한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재판 부추기는 변호사도 늘어…외부 직역과의 경쟁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살아남기 힘들어지면서 의뢰인에게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도 양산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 따르면 민사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액사건을 포함한 민사 단독사건 1심 접수 건수는 2012년 96만5712건에서 2014년 106만5478건으로 증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독 사건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은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정착됐다는 긍정적 의미로 읽힐 수도 있지만, 굳이 법정 다툼을 벌이지 않아도 될 일까지 법정으로 오게 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조정 사건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개인 변호사는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조정보다는 재판을 통해 사건이 좀 더 길게 이어지길 바라는 변호사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2014년 1심 민사 단독 사건 중 조정으로 마무리된 사건은 5만323건으로 전체의 4.7%에 불과했다. 이는 2013년(5만3820건, 5.1%)과 비교해도 낮은 추세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변호인들이 의뢰인보다 더 의뢰인스러워졌다”며 “법리상 조정으로 해결하는 게 더 좋은 일에도 끝까지 ‘억울하다’며 판결을 해달라고 하거나, 심지어 조정으로 마무리하려는 의뢰인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의뢰인의 대변인으로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하는 게 사실심 강화 및 법조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최근 일부 변호사들의 모습을 보면 의뢰인을 위한 재판이 아니라 본인들을 위한 재판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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