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염천교 수제화거리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염천교 수제화거리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만에 겨우 1켤레 팔아”교통량 급증, 갓길 주차 불가
접근성 악화돼 손님 뚝 끊겨
상인들 “주차공간 등 대책을”
서울시 “확정된 지원책 없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한산했다. 54개 점포 중 손님이 있는 곳은 4∼5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실제 구두를 사는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점포에는 상인들이 TV나 신문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 수제화 거리를 살려주세요 서울시장님’ ‘교통지옥으로 서민경제 파탄’ 등의 플래카드들이 손님이 없어 한산한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효성(62) 세븐웰 제화 대표는 “오늘 닷새 만에 겨우 구두 한 켤레를 팔았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1925년 구두 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이래 9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염천교 수제화 거리가 최근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값싸고 질 좋은 수제화를 원하는 손님들은 꾸준히 이곳을 찾았으나 최근 들어 서울역 고가 폐쇄로 인한 교통체증 탓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수제화 거리 상우회장 권기호(64) 씨는 “54개 점포가 평균적으로 60% 정도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며 “내가 운영하는 가게도 하루 100만 원까지 매출이 나다가 최근 10만∼20만 원대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급작스레 수제화 거리에 손님이 끊긴 것은 점포 앞에 갓길 주차를 할 수 없게 된 영향이 크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도·소매를 병행하는 이곳은 소매상들의 트럭이나 개인 고객 승용차가 갓길에 주차한 뒤 물건을 사가는 방식으로 수십 년간 영업이 이뤄졌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인근에 주차 공간이 부족한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경우 갓길 주차를 허용해왔고, 상인들이 갓길주차를 통해 영업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역 고가가 폐쇄된 이후, 우회로인 염천교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수제화 거리 앞에 주·정차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올해 1월부터는 수제화 거리 맞은편 서소문공원 유료주차장마저 폐쇄돼 염천교 수제화 거리 접근성이 더 나빠졌다.

상인들은 주차 공간 등 대책을 세워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역 고가 폐쇄 이후 각종 지원책이 약속된 남대문시장이나 만리동 봉제공단과 달리, 수제화 거리 상인들에 대해서는 지원책이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확정된 대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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