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축으로 불안감 확산… 직업박람회 찾고 구직 활동

“풍족했던 과거와 달리 암울”… NYT ‘세대갈등 조짐’ 보도


‘흰색 토브(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의 전통 의복)를 입고 한 손에는 이력서를 쥔 사우디 청년들이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리야드의 한 대학교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장기화된 저유가 국면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젊은이들이 구직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주 사이에 리야드에 마련된 세 곳의 직업박람회장 가운데 한 곳의 모습’이라면서 이같이 묘사한 뒤, ‘석유가 전부인 나라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저유가 미래에 대한 공포심이 이들을 구직 현장으로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원유 판매 수입이 전체 정부 수입의 80∼90%,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는 석유 부국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6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웃돌았던 유가는 최근 들어 배럴당 30달러 전후로 곤두박질했으며, 이란과 이라크 등의 증산 정책으로 저유가 국면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낮은 세율과 막대한 정부보조금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사우디 왕가는 재정난 악화에 직면,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등 긴축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NYT는 “현재 사우디 일자리의 70%가 정부·공공분야에서 나오고 있으며, 민간분야의 일자리 역시 대부분 정부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긴축모드로 직격탄을 받은 건 사우디 청년구직층”이라고 진단했다. 위기감을 느낀 사우디 청년들은 직업박람회장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감은 세대 갈등 조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NYT는 “해외 유학 등을 경험한 오늘날 사우디 청년들은 영어나 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부모 세대보다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하는 한 청년은 “우리는 정부 일자리가 풍족했던 과거의 부모 세대와 달리 부담감에 짓눌려있다”고 호소했다. 약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한 여성 역시 최근 거듭 취업실패를 경험했다고 밝히면서 “내 부모는 엄청난 기회를 누렸던 셈”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경제난은 혼란스러운 중동정세와 사우디 왕가 내부의 불안정한 세대교체 속에서 더욱 심화했다. 왕위계승 서열 2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31) 왕세자는 최근 저유가 타개책으로 부가가치세 도입이나 국영기업 민영화 방안 등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안이나 도입시기를 밝히지 않아 경제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게 사우디 재계의 중론이라고 NTY는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