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기금 고갈된 탓… 구두로 미리 알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주관하는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이 폐지된다. 작품 공모를 통해 작가에게 창작 지원금을 주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도 축소된다. 사실상 정부가 문학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유일한 통로인 이들 사업이 표류하면서 ‘문화융성’이라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지표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16일 예술위에 따르면 예술위는 올해부터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을 중단한다. ‘문예진흥기금’ 재원을 활용해 우수문예지와 문학분야 주요 기관지의 작품 원고료를 지원했던 사업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문예지 시장을 살리고 실질적으로는 작가들의 생계 유지를 돕는 역할을 해왔다. 2014년의 경우, 55개 문예지에 10억 원이 지원됐다. 월간지는 3000만∼4000만 원, 계간지는 1000만∼2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예술위는 지난해 예산을 3억 원으로 깎고, 지원 대상을 14곳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 공고 없이 관련 사업을 없앴다.
예술위 관계자는 “지난해 지원 대상을 축소하면서 구두로 향후 사업 종료를 알렸기 때문에 따로 공고를 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을 콘텐츠 아카이빙 사업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지난해 예산 7억 원을 들여 시범 운영한 이 사업은 30여 개 문예지를 온라인 기록물로 남기는 것으로 올해는 이마저도 예산이 2억 원으로 줄었다. 예술위는 문학 기관지 중 10곳을 선정해 독자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전제 아래 3억 원을 지원하는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문예지 지원 예산은 지난해 10억 원에서 올해 5억 원으로 줄어든 형국이다.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이 폐지된 지도 모르고 공모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라며 “정부가 창작 지원을 외면하면 많은 문예지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은 지난해 지원 중단 통보를 받고 100호(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개별 작가를 위한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은 예산이 5분의 1로 줄었다. 매해 시·소설·희곡 등 8개 분야 작가 100명에게 1000만 원씩 총 10억 원을 지원해왔지만 지난해 지원 대상을 88명으로 줄였고, 올해는 20명으로 축소한다. 더욱이 지원 형태를 작품공모에서 작가 추천 방식으로 바꾸고 지원대상도 등단 5년 또는 나이 만 36세 이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지난해 관련 사업은 수혜자 선정 과정에서 몇몇 작가가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탈락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문학계에서는 “사업을 축소하고 지원 방식을 변경한 의도가 보복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술위는 창작집필공간 지원 사업 예산도 지난해 5억 원에서 올해 2억5000만 원으로 깎았다. 예술위의 문학 부문 전체 예산은 27억5000만 원으로 지난해(32억 원)보다 4억5000만 원 적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예술위 관계자는 “사업 방향을 창작 지원에서 시장 활성화로 변경했다”며 “작가와 문예지에 지원되는 예산은 예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10월을 문학의 달로 정해 문학관 탐방 등 각종 문학 사업과 프로그램 진행하는 문학 수요자를 위한 행사를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예술위는 사업 변경의 이유를 문예진흥기금 고갈로 들고 있다. 현 적립금이 1000억 원가량 되지만, 2004년 기금 모금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난 뒤 기금이 바닥나고 있어 2017년 고갈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복권 관련 기금이 모이지만, 이는 소외 계층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문학계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박광성 작가세계 주간은 “정부 예산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지원을 또다시 줄이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창작 지원에 손을 떼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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