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정쟁의 대상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 우려스럽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은 ‘4차 핵실험은 박근혜정부의 책임’이라며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입주 기업들의 손실을 거론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개성공단이 ‘평화의 제도적 장치’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으로 6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 북한으로부터 한마디 사과도 못 받았지만, 개성공단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과연 개성공단으로 평화가 왔는가, 개성공단이 북한에 대한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했는가.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을 사살하고,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등 수 많은 만행을 자행했다. 지난달 6일에는 4번째 핵실험으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2008년 공무원 철수 요구, 2009년 특혜 중단 협박, 2013년 공단 폐쇄 등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우리는 갈등이 있을 때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해야 했다.
일부 정치 세력은 자신의 과오를 국민 앞에 사죄하긴커녕, 정부의 안보적 결단에 왜곡된 정치 프레임을 덧씌우려 한다. 가짜 평화 공세가 그 하나다. 이는,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와 불가침 협정을 맺고 ‘우리 생애의 평화’라고 한 것과 같은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마치 이번 사태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듯이 과장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의혹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각국의 환율 정책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하고, 유럽발 금융위기의 징후들과 싸우는 중이다. 이번 결단은 합리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며, 향후 북한 리스크를 제어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다. 신냉전 체제가 온다고 국민을 위협하지 말라. 냉전 시대에도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안보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안보가 흔들리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을 단합시키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아닌가. 지금은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경제 활성화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국민이 서명운동에 나섰겠는가.
일자리를 나누고 더 늘리기 위한 노동개혁 입법은 쉬운 해고 프레임으로 왜곡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법안은 재벌 특혜 프레임으로 폄훼되고 있다. 사실도 아닌 말들이 정치권에서 증폭돼 국민의 사고를 혼란케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법안들도 정치 프레임에 갇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치 세력들이 이번 정부가 경제를 못 살리면 다음에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폈으나, 이제는 더 이상 단기적 경기부양 정책을 펼 수 있는 정책 환경이 아니다. 경제의 체질을 바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정치권이 구조개혁을 위한 입법에 전념해야 하는 이유다.
안보와 경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정치권이 정치 프레임으로 국민을 분열시켜 권력을 탐하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으로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권력보다는 국민을 위한 정치인들이 당선돼 정치개혁을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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