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당(政黨)마다 인물난이 극심하다. 물론 예비후보의 평균 경쟁률은 13 대 1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눈에 띌 만한 인재(人才)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변호사들의 정치 입문 러시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들이 법조계에서 인정받는 인재인지는 의문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2015년을 기준으로 각국의 국회의원 연봉(세비) 대비 ‘의회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우리 국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였다. 이는 정치 분야에 종사하는 인적자원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공천을 계파정치의 도구로 삼는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치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수준 높은 입법이 이뤄지고 정책정당의 출현이 가능하다. 우수한 인재들은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보상받는 분야를 선호한다. 반면, 계파정치가 판을 치면 줄 잘 서고 계파에 충성하는 인물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비례대표마저 전사(戰士)들로 채워진다. 필자가 제19대 국회 표결 기록을 분석한 결과, 각 정당에서 가장 극단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 것은 모두 비례대표의원들이었다. 이런 분야에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들어올 리 만무하다.
이미지 정치도 문제다. 최근 미디어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인물들이 대거 정계에 입문하고 있다. TV 토론 프로그램 패널들은 물론, 정책에 문외한(門外漢)인 미모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가 하면 유명 산악인이나 바둑기사를 영입하려다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권 스스로가 자기 분야의 후진성을 인정한 셈이다. 진입 장벽이 없어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지에 치중한 이벤트성 영입이 계속되면 실력 있는 인재들의 정치 입문은 요원하다.
지역 연고가 확실한 ‘정치 상비군(常備軍)’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 선거판에서는 종종 후보들이 남의 지역구에 가서 악수를 하고 다니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도 연출된다. 지역 연고가 없는 후보들을 낙하산 공천해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의 유일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이정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에 앞서 나가는 양상이다. 당선 가능성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지역 현안에 충실한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당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최근 이른바 진영 갈아타기가 유행처럼 번진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이 더민주에 합류했다. 중도노선을 표방한 국민의 당이 현역 의원 수를 늘리거나 특정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사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참여를 선언한 인사들과 갈등도 빚어진다. 이래서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보려는 꿈을 가진 인재들이 정치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정치는 사양 산업이다. 이대로라면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아 잃을 것이 없는 인물들만 정치권을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반면, 이들이 일단 선출되면 막대한 권력을 가지며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보다 정치에 입문하는 인재들의 수준이 더 높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분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시작은 기본이 지켜지는 공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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