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DJ·盧 재벌위주 정책 비판
李, 햇볕정책 실패 재검토 주장
야당 합류 뒤 기존 체제 흔들어

당내선 외연확장 전략 수긍 속
정체성혼란으로 내부갈등 우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보수 진영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기존 야당의 정체성과 이념을 깨는 파격 행보로 두 야당을 흔들어 놓고 있다. 야권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수정론과 재검토론이 대표적이다.

18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외연 확대 등 4월 총선을 대비해 ‘모셔 온’ 두 사람이 야당의 내부 갈등을 키워 사실상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뒤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 궤멸’을 언급하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는 ‘햇볕정책 보완론’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정일 시대에 맞춰 만들어진 햇볕정책도 변화한 북한 상황을 반영해 수정돼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17일 ‘청년과 더불어 경제 아카데미’ 토크쇼에서 김대중·노무현정부 역시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정부에서 양극화 현상이 시작됐고, 노무현정부에서 (양극화) 간격이 점점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선대위원장은 17일 영입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역대 정부가 다 실패했다. 노태우정부 때 비핵화선언 실패하고, 김영삼정부 때 제네바합의 실패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햇볕정책 실패하고,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비핵개방 실패했다”며 “국민의당은 그 부분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용정책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북한 핵 개발을 막지 못한 점에서 한계가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국민의 인식이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에 부응할 필요가 있고, 총선 전략상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일단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적전분열은 피해야 하고, 공개적으로 반발할 경우 공천 불이익도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체성 혼선이 계속된다면 내부 갈등이 더 커져 총선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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