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처형장으로 쓰였던 ‘서소문밖’ 공터에 서소문역사공원이 조성되면서 종교 간에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역사공원이 사실상 천주교의 성지처럼 조성돼 타 종교와 역사학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17일 서울 중구 서소문공원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 공사’ 기공식이 열렸다. 2018년 초 문을 열 예정인 역사문화공원에는 총 460억 원의 예산으로 지하 4층, 연면적 2만5000㎡ 규모의 역사전시관 등이 들어선다.
하지만 이날 천도교는 “특정한 종교에 편향된 성지가 아닌 진정한 역사유적지가 돼야 한다”며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천도교 중앙총부는 “서소문밖 처형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천주교도 외에 갑신정변을 주도한 혁신주의자들, 동학농민혁명 지도자들도 있다”며 천주교만의 성지로 조성되는 데 대해 비판했다.
정부와 중구청은 이 사업이 천주교 성지가 아닌 조선 후기 순교의 역사를 담는 장소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업이 2011년 천주교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위원회까지 만든 상황이다. 서소문밖은 한국 교회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가 순교한 곳이기 때문이다.
최창식 중구청장도 “명동성당, 약현성당, 절두산 성지를 잇는 세계적인 성지순례 코스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혀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천도교는 서소문밖에서 순교한 인물이 천주교 신자로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공사 중지를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학의 경우, 전봉준을 비롯해 적지 않은 동학도들이 서소문 밖 처형과 관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천도교 측에도 동학운동 지도자들이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고증자료를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자료를 제출하면 전시관 구성 계획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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