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우려에 특단조치
언론 “중도 비즈니스맨 임명”
정국혼란·지카 겹쳐 ‘3중고’


저유가 직격탄을 맞은 베네수엘라가 경제부통령을 한 달여 만에 새로 교체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월 경제부통령으로 임명한 루이스 살라스를 약 한 달 만에 미겔 페레스 전 상무장관으로 교체한다고 엘 우니베르살 등이 17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부통령 교체건에 대해 “강경 사회주의자를 끌어내리고, 중도좌파 비즈니스맨(페레스 신임 부통령 지칭)을 앉혔다”면서 “저유가에 따른 경제위기로 생필품 부족 현상과 국가 부도 우려 등이 한층 커지는 가운데 이뤄진 조치”라고 전했다.

석유매장량 1위 국가로 전체 수출액의 96%를 원유수출에 기대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최근 배럴당 30달러를 밑도는 수준으로 폭락한 유가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BC는 “품귀 현상을 빚는 생필품을 사기 위해 국민들이 국영슈퍼 앞에서 길게 늘어서는 일은 베네수엘라에서 일상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물자 부족으로 정부통제가격과 암시장 가격이 10~20배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유가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과 무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년 집권)의 뒤를 이어 기업 국영화, 가격통제, 무상주택 공급 등 포퓰리즘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그 결과 지난해 베네수엘라 빈곤율은 사상 최고치인 73%로 급상승했으며, 초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7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웃돌고 있다.

BBC는 베네수엘라가 경제난에 더해 최근 계속된 정치 교착상태로 더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권 사회주의통합당(PSUV) 내 한 분파인 마레아 소시알리스타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추진하면서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연합은 경제난과 실정을 이유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탄핵 내지 임기 단축 방안을 밝히는 한편, 반사회주의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 역시 베네수엘라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한다.

최근 베네수엘라 보건당국은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의 자국 내 의심환자가 5000명 전후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지 민간 보건관계자들은 40만 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어 지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국가 도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국제개발센터장은 앞서 지난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베네수엘라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마 베네수엘라가 무너질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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