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휘부 KPGA 회장이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 사옥에서 세계 골프 투어를 표시한 지도를 가리키며 “KPGA의 도약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양휘부 KPGA 회장이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 사옥에서 세계 골프 투어를 표시한 지도를 가리키며 “KPGA의 도약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양휘부 한국프로골프협회장

“투어 활성화가 최우선 목표죠. 남자 골프대회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갈 겁니다.”

양휘부(73)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은 남자골프를 다이내믹하게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남자골프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양 회장을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에 위치한 KPGA 사옥 집무실에서 만났다. 사실 양 회장은 “대회 몇 개를 새로 유치한 다음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사코 거절해 왔다. 하지만 협회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마음을 고쳐먹었단다.

양 회장은 “회장 당선 이후 석 달 동안 대회 유치에 목을 맸는데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 중 내 전화를 피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며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3월 KPGA 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회 유치가 쉽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KPGA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당선자 신분으로 남자 대회 유치를 위해 기업들을 찾아다녔다는 양 회장은 하루에 4∼5곳의 기업을 도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KPGA 집무실로 돌아오다 기업인의 전화를 받고, 그 길로 차를 돌려 지방까지 내려간 적도 있단다. 양 회장은 KBS 기자 출신으로 방송광고공사 사장,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또다시 소매를 걷어붙이자 지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양 회장은 “하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마지막 봉사라며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여자골프의 인기 비결은 스타 선수들이 잇따라 배출된 이유도 있지만 ‘맵시 골프’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양 회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고남저’ 현상은 반드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양 회장은 얼마 전 KPGA 소속의 송영한 프로가 세계 1위 조던 스피스를 이긴 뒤 축전까지 보낸 사연을 얘기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 틈을 타 그에게 ‘골프 개인사’를 물어봤다.

양 회장은 방송국에 근무하던 1981년 미국 미주리대(언론대학원)로 유학을 가면서 골프를 쳤다. 구력은 35년이나 됐다. 연회비 200달러를 내면 라운드마다 15달러에 골프를 칠 수 있었다. 하루에 54홀까지 친 적도 많았다. 이런 식으로 골프를 한 지 3개월 만에 90타를 깼다. 집 앞에 골프장이 있었고 몰래 웨지만 들고 코스로 들어가 벙커나 어프로치 샷 연습을 자주 했단다.

양 회장의 골프 이야기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앨버트로스 사건’이다. 외신부장을 마친 뒤 워싱턴 특파원을 기대했지만 엉뚱하게도 홍콩으로 발령이 났다. 그가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총영사관에서 현지 교민 및 기업 주재원과 조촐한 환영 골프모임을 마련했다.

영사관은 당시 수요일마다 휴무였기에 배를 타고 홍콩의 디스커버리베이 골프장에 갔다. 양 회장과 동반한 교민이 새로 장만한 드라이버가 잘 안 맞는다며 투덜댔다. 4번 홀(파5·460야드)에서 그 드라이버를 빌려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의 스프링클러를 맞고 평소 거리보다 훨씬 먼 300야드 이상 날아갔다. 이어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핀을 향해갔지만 그린에는 볼이 3개밖에 없어 낙담했다. 그런데 홀로 달려가던 동반자가 씩 웃으며 홀 안의 공을 손으로 집어 올렸다.

생애 첫 앨버트로스. 뛸 듯이 기뻤지만 그는 동반자들에게 소문 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서울 본사에서 평일 골프를 이해하지 못할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양 회장은 앨버트로스를 기록한 뒤부터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몇 달 뒤 당시 미수교국이던 중국에 한국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베이징 초대 총국장 겸 특파원으로 부임했다.

양 회장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사석에서 후배이던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워싱턴 특파원 시절 홀인원 무용담을 하자 그제야 자신의 앨버트로스 사실을 공개했다. 양 회장이 앨버트로스를 한 뒤 꼭 10년 뒤인 2001년 아내가 홀인원을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72타. 2008년 경기 용인의 덕평골프장에서 마지막 18번 홀 내리막 2m 퍼팅을 성공하면서 기록했다. 양 회장은 “짧은 퍼트였지만 그때처럼 긴장한 적이 없었다”며 “종전 기록이던 1오버파 벽을 넘는 데 몇 년이 걸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양 회장은 지난해 경기 여주의 트리니티 골프장에서 73타를 칠 만큼 여전히 날카로운 샷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독학으로 배운 골프여서 힘이 들어가는 스윙이지만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장타자라는 소리를 듣는 편. 양 회장은 “요즘도 잘 맞으면 210m 이상 날린다”고 자랑했다.

양 회장은 투어를 재미있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남자골프가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스폰서들이 찾는 대회를 만들려면 우선 스타 선수를 육성하고, 선수들을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활용해야 한다”며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KPGA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KPGA 회장은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도와주는 자리”라며 “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어디라도 달려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 회장은 “많은 사람이 (골프를) 해보면 즐겁다고 생각하기에 골프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손가락 한 마디만 아파도 골프를 할 수 없는데 지금까지 골프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에이지 슈트’가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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