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도박을 끊게 하려면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북한 김정은이 이 격이 아닌지 모르겠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중국까지 동참해 나름대로 제재와 압박을 가했지만, 지난 1월 6일 새해 벽두에 김정은은 보란 듯 4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장거리 미사일까지 쏘아 올렸다. 이제 북핵(北核) 도박을 막는 길은 분명해졌다. 김정은의 자금줄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벌써 김정은의 북핵 도박 손가락 몇 개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잘려나갔다.
하지만 북핵 도박의 돈줄은 아직도 도처에 널려 있다. 김정은 통치자금의 본거지는 노동당 39호실이다. 전일춘이 실장으로 있는 39호실은 김정일로의 세습이 가속화하고, 사실상 그가 노동당을 장악한 1974년 말쯤에 창설됐다. 달러가 아니면 권력의 날이 서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39호실을 만든 것이 벌써 42년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에서 사실상 통치력은 39호실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의 선심성 ‘선물정치’와 그가 선호하는 최고급 벤츠, 요트 등 호화 사치품 수입에서부터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생산에 들어가는 고강도 알루미늄판, 고급코일, 내열 페인트 등이 39호실 현금으로 결제된다.
39호실 금고를 채우는 달러는 북한 인민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다. 그중 해외 북한 식당을 예로 들 수 있다. 해외 북한 식당은 12개국 130개 안팎에 이른다. 중국·캄보디아·베트남·몽골을 비롯한 아시아에 주로 있고,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에도 나가 있다. 2013년만 해도 100개가 조금 넘던 해외 북한 식당은 김정은 시대 들어 여러 기관이 외화벌이 경쟁을 하면서 늘었다. 식당 한 곳이 벌어 평양으로 보내는 ‘충성자금’은 적어도 한 해 30만 달러라고 한다. 전체로는 4000만∼1억 달러로 짐작한다. 개성공단을 통해 흘러들어간 돈이 연간 1억 달러쯤임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규모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 지역에 가면 북한의 건설노동자와 벌목공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워낙 중노동에 종사하다 보니 임금도 높은 편이다. 한 사람이 월 1000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데, 이 역시 대부분 ‘충성자금’으로 평양의 빨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앞으로 두 달 뒤면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소집된다. 김정은이 여기서 어떤 경제 노선을 제시할지가 관심사인데, 내부적으로 현 장마당 경제를 신축성 있게 활성화하면서 북한 밖으로 근로자들을 대량 송출하는 방식의 ‘개방 노선’을 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갑자기 문을 열기보다 선택된 사람들에게 먼저 자본주의 교육을 ‘현장실습’ 방식으로 시키고 자본을 어느 정도 축적한 다음 중국식 시장경제로 전이하겠다는 속셈이다. 최근 들어 북한의 도·시 지방 단위들이 중앙과 별도로 경제 구조를 형성해 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은 어떻게 하면 평양 권력을 공고히 하느냐에 골몰하고 있다. 김정은은 아직 기존의 사회주의를 개혁할 자신도, 세계를 향해 문을 열 용기도 없이 오직 핵 개발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집념 하나뿐이다.
김정은의 집무실을 콩가루로 만들어버릴 F-22 전투기가 날아오고 핵 항모까지 들어오는 3월의 한반도는 더욱 긴장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반격은 또다시 5차 핵실험으로 나타날 것이란 조심스러운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금줄이 막히면 김정은의 ‘공갈극’은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인민의 고혈로 지탱하는 것을 넘어 민족을 핵 참화로 전멸시키려는 ‘앵벌이 정권’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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