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재계 관심사의 하나가 효성의 영업이익 1조 원 돌파 여부였다. 효성은 주력 섬유 부문의 호조와 중공업 쪽 실적 개선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754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추세라면 1966년 창사 이래 반 세기 만에 처음으로 ‘1조(兆) 클럽’ 가입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달 초 확정된 실적은 9502억 원, 사상 최고였으나 축포는 미뤄졌다. 2014년 영업이익 9589억 원을 기록했던 현대건설도 지난해 9865억 원으로 정상 문턱에서 아쉬움을 달랬다.
1조는 기념비적 경지다. 달러로 쳐도 ‘빌리언(billion)’으로 한 획을 긋는 수다. 그 위와 아래는 차원이 다르다.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으면 초우량기업으로 공인된다. 지난해 국내 민간기업 중 1조 클럽 멤버는 삼성전자(26조4134억 원)·현대자동차(6조3579억 원)·SK하이닉스(5조3361억 원) 등 15개다. SK이노베이션·롯데케미칼·GS칼텍스·KT가 새로 진입했고, 롯데쇼핑·한국타이어는 탈락했다. 국내 간판 기업들도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터에 전년 13개보다 늘어난 것은 다소 의외다.
매출을 기준으로 한 1조 클럽도 있다. 주로 중견기업이 대상이다. 2014년 기준으로 연매출 1조 원 이상 상장사는 230개, 이 중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 90개다. 중소기업 혜택은 없고, 대기업 규제는 피해가기 어려운 중견기업이 매출 1조 원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 사다리를 타고 1조 클럽에 오른 스타급 신입 멤버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미약품은 프랑스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와 8조 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지난해 전년보다 73% 증가한 1조31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련스러울 만큼 연구·개발(R&D)에 매진해온 결실이다. 녹십자도 1조 클럽에 진입하면서 제약업계는 선입자 유한양행과 함께 ‘1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게임업계에는 넷마블게임즈가 있다. 넷마블은 최대주주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2011년 회사 복귀 후 모바일 게임에 올인하는 승부수로 4년 만에 매출을 5배 끌어올리며 1조 대열에 합류했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도 한미약품·넷마블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한국 무역은 4년 만에 ‘1조 달러클럽’에서 탈락했다. 도전하는 1조 클럽 ‘히든챔피언’들이 끊임없이 나와야 1조 달러클럽 복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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