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차예스 등 주장‘눈길’
“저유가 탓에 정치적 위기”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위기 속에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미국의 외교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사라 차예스와 알렉스 드 발 등은 18일 디펜스원과 아틀란틱 등에 공동기고문을 올려 “사우디는 국가가 아니다. 원유 판매 수입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충성심(political loyalty)을 사들이는 등 지속불가능한 사업모델을 펼쳐 온 기업체”라면서 “최근 계속된 저유가 국면과 왕실 내부 혼란은 이들이 사들여야 하는 정치적 충성심의 가격을 급상승시켰고, 결국 정치적 파산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예스는 미국에서 지난해 발간된 후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의 극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나라 도둑놈들:부패가 세계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Thieves of State-Why corruption threatens global security)’의 저자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시니어 준회원이다. 드 발은 현재 세계평화재단 이사로 재직 중이며 미국 외교협회(CFR)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사우디는 원유 판매 수입이 전체 정부 수입의 80∼90%,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나,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웃돌았던 유가는 최근 1년 반 만에 30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차예스는 “저유가 위기에도 불구, 사우디의 엘리트 지배층은 정교하게 잘 조직된 범죄기업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점 네트워크로 묶인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개인투자 등 사적인 목적을 위해 막대한 양의 현금을 외부로 빼돌리고 있지만, 사우디의 국가시스템은 이런 행위를 돕도록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를 중동의 전통 우방국으로 여겨온 미국 정부는 사우디 붕괴론에 대해 무방비한 상태라고 차예스는 꼬집었다. 그는 “이제라도 미국 국방 및 정보당국은 양국 간 상호의존도를 낮추고 사우디 붕괴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또 붕괴를 피하기 위해 살만 국왕이 더욱 필사적으로 돌출·과격행동 등을 벌일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19일 “미국 내에서 사우디 붕괴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중동 우방국을 제대로 선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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