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위원장을 자주 만나십니까?”
“요즘은 못 뵈었습니다.”
서동수가 잠깐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못 뵌 지 4개월쯤 되었는데요.”
“그렇군요. 서로 바쁘시다 보니까.”
말을 멈춘 조수만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떠올라 있다. 서동수는 관운(官運)이 좋다는 것은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기보다 적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큰 재능이 어디 있겠는가? 엄혹한 세상에서 서로 좋게 만들어주는 능력이야말로 최상이다. 조수만은 68세, 바로 그런 장점으로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다. 서동수가 잠자코 조수만을 보았다. 한국과 한랜드는 한 달에 한 번씩 비공식 정상회담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수만이 갑자기 만나자고 한 것이다. 목적은 ‘양국 현안’이라고만 해서 유병준과 안종관은 각종 자료를 준비해왔다. 이윽고 조수만이 입을 열었다.
“들으셨겠지만 북한 민생당과 한국 민족당의 연대가 강해지고 있지요. 그리고 온갖 루머가 쏟아지는데 제법 먹힙니다.”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고 조수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지워졌다.
“한랜드에 계셔서 피부로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종편 방송에서는 하루 종일 장관님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이젠 식상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
“의도적인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여러 번 들으면 질리는 법인데 이건…….”
서동수가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보고는 받았지만 말대로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실감이 안 간다. 여자관계, 한랜드에서의 부정, 김광도의 유라시아 그룹과의 밀착까지 ‘카더라’ 방식으로 쏟아붓는 것이다.
“더구나…….”
숨을 들이켠 조수만이 옆에 앉은 국정원장 신기명을 보았다.
“원장이 말씀드려요.”
그러자 상반신을 세운 신기명이 말했다.
“장관께서 중국과 밀착하여 연방대통령이 되신 후에 한반도를 한국성(韓國省) 또는 조선성(朝鮮省)으로 중국에 합병시킨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
“SNS에서 퍼지고 있는데 장난 수준이었다가 신빙성 있게 조작되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
“방지는 하고 있지만 이대로 나가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요.”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민족당이나 반(反) 서동수 세력의 소행이라고 심증은 가지만 아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조수만을 보았다.
“저희들도 상의를 했습니다만, 당분간은 그대로 두는 것이 낫겠습니다. 이것도 제 소문처럼 끝까지 가도록 놔 둬보지요.”
한랜드에서 듣기보다 심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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