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동수가 앞쪽을 향한 채로 말했다. 오후 7시 10분, 청와대에서 저녁밥도 못 얻어먹고 나오는 길이다. 한 시간 동안 할 이야기만 주고받다 끝냈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다가는 소화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동수가 옆에 앉은 유병선과 앞쪽의 안종관을 차례로 보았다.
“내가 신의주에서 한랜드로 갈 때 중국의 청사진도 함께 만들어졌을지 몰라.”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은 본래 중국 측 아이디어였으니까. 중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나는 신의주 장관이 되지 못했을 거야.”
유병선과 안종관이 머리만 끄덕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동성의 에너지를 분출시킬 대상을 골라 동성과 신의주, 중국과 남북한이 함께 윈-윈하자는 순수한 의도였는데…….”
그때 안종관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국가 차원의 사업에 순수한 의도는 없습니다.”
그러자 유병선이 나섰다.
“명목은 윈-윈이지요. 하지만 손해 볼 짓은 안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지경까지 왔어.”
서동수가 자조하듯 말하니 안종관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동안 잘하셨습니다.”
“이렇게 휩쓸려 가다가 정말 매국노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자 안종관과 유병선이 소리 내어 웃었다.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또 배웠군. 시대에 맞춰야 한다는 것, 자신 있다고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
조수만 앞에서와는 다른 말이다. 차가 멈춘 곳은 인사동의 좁은 주차장 안이었는데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이 서동수를 맞았다. 이곳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 것이다.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한정식 식당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 일행을 진기섭과 오성호가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상석을 비워 놓고 기다리던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기다리셨군요.”
인사를 마친 일행이 자리에 앉았을 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께서 내 소문을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매국노라는 소문 말입니다.”
진기섭과 오성호는 잠자코 듣기만 한다. 둘은 서동수가 조수만을 만나고 나온 것을 알고 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냥 놔두겠다고 했지요. 그런 소문은 성급히 부인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면 더 커진다는 조언도 받아서요.”
“그렇습니다” 하면서 진기섭이 동의했고 오성호도 머리를 끄덕였지만 그늘진 표정이다. 그때 서동수가 젓가락을 들면서 말했다. 이미 방에 한정식 상이 차려져 있었다.
“내 생각을 두 분께 말씀드리지요. 중국이 그런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의 몸이 굳어졌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중국 3성이 한로드의 철도로 연결되면서부터 나는 남북한과 중국 3성, 그리고 한랜드를 잇는 ‘대한연방’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물론 이것은 중국의 ‘동북아 자치구’ 소문과 비슷한 상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둘은 숨을 죽였고 눈동자의 초점이 멀어졌다. 머릿속이 맹렬하게 움직인다는 증거다. 그때 서동수가 말을 맺었다.
“나한테서 직접 들었다고 두 분이 언론에 발표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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