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luesky@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luesky@

조선·해운기업 잇단 부실에
대손충당금 전년비 26.8%↑

금리인하 여파 수익성 급락
당기순이익 12년만에 최저
“리스크 선제적 대응 나서야”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등으로 수익성이 더욱 떨어지면서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는 고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위험가중자산’(빌려준 돈을 위험 정도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을 줄여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 원으로 전년(6조 원)보다 42.6% 줄었다. 이는 카드대란으로 은행들이 대거 적자를 냈던 지난 2003년 1조7000억 원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이 같은 은행권의 수익 하락은 대손충당금 ‘폭탄’이 원인이 됐다. 지난해 조선·해운 업종 관련 대기업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국내은행은 대손충당금으로 전년 대비 26.8%나 늘어난 11조7000억 원을 쌓았다. 부실채권이 그만큼 발생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등 주로 특수은행의 충당금이 대폭 늘었지만, 시중은행도 부실기업 대출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 공시자료를 통해 파악한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농협금융)의 지난해 대손충당금은 총 4조5676억 원으로 전년보다 6.5% 늘었다. 대부분이 은행 계열 대손충당금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이들 기업에 신용을 제공한 은행들의 부실도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각 시중은행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지난해 대기업 연체율은 전년에 비해 1.06%포인트 오른 2.21%를 기록했고, 신한은행은 0.52%포인트 오른 0.61%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1.04%, 하나은행은 0.78%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구조조정 대상 상위 7개 대기업 중 한 곳이라도 손실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의 은행권 순익이 15∼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유럽은행들의 경우 위험가중자산을 줄여 선제적 리스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가계대출과 달리 대기업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금융 시스템이 ‘산산조각’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대기업 여신 등 위험자산을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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