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이 지난 2015년 4월 임시국회에서 의장봉을 두드리는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정의화 의장이 지난 2015년 4월 임시국회에서 의장봉을 두드리는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④ 법체계 무시한 의원 立法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양에 비해 질이 담보되지 않는 ‘마구잡이식’ 입법이 남발되고 있다. 24일 법제처 산하 정부입법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19대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1만7694건이다. 의원 발의 법률안은 16대 2507건, 17대 8591건, 18대 1만3916건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법안 가결률은 16대 41.8%에 달했던 것에 반해 점차 줄어 19대 현재 14.5% 수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기존 형법 체계와 맞지 않는 법안이 절차상 걸러지는 장치가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발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할 때 법정형을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징역 5년 이상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도 불가능하며, 이미 기존에 선고된 공무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사건은 물론 다른 법안과 비교했을 때 법적 형평성이 어긋나는 지나친 가중처벌”이라며 “이럴 경우 혐의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쉽게 유죄 선고를 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범죄 등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법정형을 상향하자는 유사·중복 법안이 다수 발의되고 있다.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이 2014년 3월 아동학대 범죄자의 법정형을 상향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불과 한 달 뒤인 4월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의원 입법도 발의 전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관련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정근 변호사는 “의원 입법의 경우 상임위 심사에서 전문위원의 의견을 듣는 등의 절차가 있지만, 법제처에서 법률안 심사를 담당하는 정부 입법에 비해 아무래도 심사 기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의원 입법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절차들을 법제화하면 법안 구성 요건의 불법성이나 위헌성 등이 걸러질 수 있을 것이므로, 국회법과 별개로 입법 절차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입법절차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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