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기둥도 ‘개인전용 광고판’
뜯고 뜯어내도 또… 매일 전쟁


23일 서울 은평구 통일로 불광역 인근에서 영국인 영어강사 A(28) 씨가 길 안내 표지판 위에 붙은 분양 광고 전단을 손으로 떼고 있었다. 그는 표지판 곳곳에 붙은 청테이프 등을 일일이 제거했다. 그는 광고 전단과 5분 넘게 씨름을 하고 나서야 표지판을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는 “초행길이라 지도를 봐야 하는데 광고 전단 때문에 지도를 보기 어려워 직접 전단을 제거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안내 표지판 위에 광고 전단이 붙어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시각 건너편 인도에 설치된 안전펜스와 배전함에도 수백 장의 분양 광고 전단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정모(여·26) 씨는 “전단이 버스 노선도뿐 아니라 길 안내 표지판을 뒤덮고 있어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안내 표지판, 가로수 등이 광고업자들이 붙여 놓은 불법 전단으로 뒤덮여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팀이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서울 시내 불법 전단 부착 실태를 점검한 결과, 도심 곳곳에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광고 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2014년 8월 철거된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고가를 기념하기 위해 일부 남겨둔 고가 기둥에도 폐차 광고 전단이 붙어 있었다. 또 중고 자전거를 구매해 시내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 놓고 ‘개인 전용 광고판’으로 사용하는 꼼수 사례도 발견됐다. 쏟아지는 불법 광고 전단에 환경미화원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C 씨는 “전단을 떼 낸 자리에 같은 날 또 광고 전단이 붙어 있을 정도”라면서 “한마디로 광고 전단과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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