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 악법’이 또 국회를 정상 궤도에서 이탈시켰다. 정의화 의장이 23일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불 놓아 모든 의안의 심의가 정지됐다. 선진화법이 가로막다시피 한 직권상정 첫 사례가 그 법이 부활시킨 필리버스터 첫 사례에 의해 차단된 셈이다. 필리버스터가 소수 정파의 의견 개진 기회를 넓혀주는 차원을 넘어 국회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실증(實證)했다는 점에서, 선진화법 시정(是正)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선진화법은 쟁점 심의과정의 ‘대화, 타협’을 앞세워 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에 국한하고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5분의 3으로 가중하는 한편, ‘소수 의견의 개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1973년 1월 폐지한 필리버스터 조항을 부활시켰다. 선진화법이 적용된 제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세평을 받아온 가운데 막판에 필리버스터까지 진행되면서 다수결 원칙을 거듭 허물고 있다. 더욱이 야당이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해 관철하려는 테러방지법 세항에는 여야 합의의 상설감독관 설치 등도 포함돼 있다. 자칫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가 안보를 ‘현 수준의 정치’에 종속시키는 ‘테러방치법’으로 빗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계류 중인 선진화법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됐더라면 지금같은 국회 교착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28일 정 의장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앞서 지난달 11일 대표 발의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개정안도 소관 운영위원회를 겉돌 뿐이다. 4월 총선 뒤에는 현실적으로 시정이 물 건너가게 된다. 선진화법 개폐도 시급히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