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강아지들과 함께 자라왔다. 유독 개를 아끼시는 아버지 덕분에 주먹만 한 강아지가 늠름한 진돗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어느 날 오빠가 얻어온 시추 한 마리가 지금은 3대에 이르는 일가를 이루었다. 우리 집은 강아지들의 천국이다.
신입 승무원 시절,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나를 반겨주던 강아지들이 지금도 부모님 댁을 찾아가면 오랜만에 만난 나를 잊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조용히 내 옆에 앉는 모습에 뭉클한 마음이 들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승객들을 보면 어쩐지 동지애가 발동해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간다. 그날도 나의 담당 구역에 한 아주머니가 반려견 상자를 들고 조용히 앉아 계셨다. 첫 번째 식사 서비스가 끝나고 담당 구역을 살피는데, 그분이 몰래 강아지를 꺼내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안전운항을 위해 반려동물을 운송용기 밖으로 꺼내는 것은 안 된다는 규정을 설명하고 반려견을 상자 안으로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속상하고 떨리는 목소리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이 조그만 강아지가 좁은 상자에서 무서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그리 매정할 수가 있느냐”며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다른 승무원들에게 이미 지적을 받은 상황이었는데, 혼자 식사를 마쳤다는 죄책감과 속상함이 나의 지적으로 절정에 달했다.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우는 집안에서 자란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순간 “나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13마리나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집안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하지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어린이들도 있고,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반려견은 상자에 넣어 주셔야 한다”고 재차 부탁했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마음을 이해해줘 고맙다” “정말 강아지를 그렇게 많이 키우고 좋아하느냐”며 몇 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결국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를 상자로 돌려보냈다. 그저 짧은 공감의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거둔 성과는 절대 작지 않아 보였다.
좋은 서비스란 무엇일까? 정답은 쉽지 않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것만이 좋은 서비스는 아닐 것이다. 원칙과 매뉴얼을 만들고 필요한 경우 설득을 통해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모두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위한 합리적 합의이고 안전을 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매뉴얼과 서비스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있다. 논리적 설득에 선행해야 할 섬세한 ‘공감(共感)’의 과정이다. ‘상대의 심정을 함께 느껴보려는 노력’ ‘타인의 행동에 숨겨진 사연을 헤아려보려는 마음’.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자세일 것이다.
때로는 백 마디의 논리적 설득보다 한마디의 정서적 공감이 더 무거움을 깨닫는다. 체험적으로 그렇다.
대한항공 승무원
신입 승무원 시절,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나를 반겨주던 강아지들이 지금도 부모님 댁을 찾아가면 오랜만에 만난 나를 잊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조용히 내 옆에 앉는 모습에 뭉클한 마음이 들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승객들을 보면 어쩐지 동지애가 발동해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간다. 그날도 나의 담당 구역에 한 아주머니가 반려견 상자를 들고 조용히 앉아 계셨다. 첫 번째 식사 서비스가 끝나고 담당 구역을 살피는데, 그분이 몰래 강아지를 꺼내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안전운항을 위해 반려동물을 운송용기 밖으로 꺼내는 것은 안 된다는 규정을 설명하고 반려견을 상자 안으로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속상하고 떨리는 목소리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이 조그만 강아지가 좁은 상자에서 무서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그리 매정할 수가 있느냐”며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다른 승무원들에게 이미 지적을 받은 상황이었는데, 혼자 식사를 마쳤다는 죄책감과 속상함이 나의 지적으로 절정에 달했다.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우는 집안에서 자란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순간 “나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13마리나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집안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하지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어린이들도 있고,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반려견은 상자에 넣어 주셔야 한다”고 재차 부탁했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마음을 이해해줘 고맙다” “정말 강아지를 그렇게 많이 키우고 좋아하느냐”며 몇 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결국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를 상자로 돌려보냈다. 그저 짧은 공감의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거둔 성과는 절대 작지 않아 보였다.
좋은 서비스란 무엇일까? 정답은 쉽지 않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것만이 좋은 서비스는 아닐 것이다. 원칙과 매뉴얼을 만들고 필요한 경우 설득을 통해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모두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위한 합리적 합의이고 안전을 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매뉴얼과 서비스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있다. 논리적 설득에 선행해야 할 섬세한 ‘공감(共感)’의 과정이다. ‘상대의 심정을 함께 느껴보려는 노력’ ‘타인의 행동에 숨겨진 사연을 헤아려보려는 마음’.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자세일 것이다.
때로는 백 마디의 논리적 설득보다 한마디의 정서적 공감이 더 무거움을 깨닫는다. 체험적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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