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 국제부장

미국의 역대지도자 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북한과 악연을 가진 이도 없을 것이다. 뭘 해보려고 할 때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며 훼방을 놓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제안했는데 그해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했다. 이후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2기 행정부를 출범한 뒤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1월 4차 핵실험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말 워싱턴에서 4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갖고 집권 초 내걸었던 핵무기 없는 세상 어젠다에 대한 결산에 들어갈 예정인데, 이 기회에 자신의 재임 중 세 차례나 핵 도발을 한 북한에 대해 명확한 응답을 해야 한다.

북한의‘핵 도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그간 대응은 시원치 않았다. 세 번씩이나 당하면 응전을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슈퍼 파워 미국의 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공허한 비판만 쏟아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을 견지해왔다. 뭔가 그럴듯한 개념 같지만, 실제 의미는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논리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것은 슈퍼 파워 국가의 지도자가 할 변명이 아니다.

그러니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피를 흘려온 혈맹국 한국에서 “정말 미국의 핵우산을 믿어도 되는 거냐”며 핵무장론이 나오고, 한미상호방위조약만으로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한국인들이 더 잘 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소중하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공약과 조약이 망나니들의 도발 앞에서 휴지 조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4차 북핵실험 후 미 의회는 초강력 대북제재법을 마련한 뒤 북한을 돈세탁우려국가로 지정하는 문제를 행정부 권고사항으로 넘겼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이행하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때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고작 2500만 달러가 묶였던 BDA사태 때에도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피가 마른다”고 아우성쳤는데 북한이 돈세탁우려국가로 지정되면 그 위력이 ‘핵폭탄’급일 것이다.

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후안 자라테 전 미 재무부 테러자금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BDA사태를 회고한 저서 ‘재무부의 전쟁’에서 미국이 북핵협상을 위해 BDA카드의 위력을 맛보고도 포기하는 과정을 “지니를 (알라딘의)요술램프 속으로 다시 집어넣기”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포기하는 바람에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램프 속의 지니를 다시 불러내보자. 그 일은 오바마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대통령 임기는 1년이 채 안 남았지만 지니의 힘으로 북한과 중국을 변화시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악연은 끊어야 한다. musel@munhwa.com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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