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靑 겨냥한 저서들 낭독도
‘국정원 하이패스법’ 등
SNS 댓글도 그대로 읽어
“토론 아닌 투쟁 비칠수도”
야당 내부서도 우려 봇물
26일 오전 1시 57분. 야권의 9번째 주자로 나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벌이던 강기정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강 의원은 광주민주청년회회장, 전남대 삼민투 위원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운동권 인사로 꼽힌다.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4일째 이어지면서 안건과 상관없는 노래와 발언, 비아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이른바 ‘운동권’이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또 다른 형태의 강경 투쟁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명의 토론자 가운데 신경민·서기호 의원을 제외한 9명의 의원은 노동·학생 등 시민단체 출신으로 분류된다.
강 의원에 이어 필리버스터를 벌인 김경협 더민주 의원은 단상 위에서‘아빠 따라하기법’ ‘국정원 대마왕법’ ‘국정원 하이패스법’ 등 테러방지법을 조롱하는 SNS 댓글을 그대로 읽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SNS상의 의견을 여과 없이 장시간 전달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본회의장에서 할 자세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이 있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부천 노동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계 의원이다. 지난해 6월에는 당내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을 새누리당 간첩이라는 뜻의 ‘세작’이라고 불러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세계 정보기관의 활동 내용을 담은 ‘조작된 공포’ 등을 꺼내 낭독했다. 박 의원은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헌납 문제도 거론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버젓이 국회법 102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도 토론 도중 “19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이 있었는데 세종문화회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모임을 갖고 있었다. 지금 나하고 같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도대체 1987년은 어떤 의미일까”라며 토론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발언을 했다. 은 의원은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의 핵심 인물로 검거된 경력이 있다.
한 야당 인사는 “필리버스터를 선택한 더민주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또 ‘토론’이 아닌 ‘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필리버스터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적절한 대안 제시나 의견 수렴의 노력이 없어 국민들이 답답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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