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맞아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취재하다가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박근혜정부가 교육개혁 성과로 꼽는 자유학기제에 대해 전교조가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혁신이라며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현 정부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아 온 이들로서는 이례적이다. ‘평등’ 교육을 지향하는 전교조 교사들이 ‘자유’라는 이름을 단 교육 정책을 지지하는 셈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진로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는 제도다. 국어·영어·수학 등의 수업 시간을 줄이고, 토론·실습이나 직장체험 활동 등을 진행한다. 그 기간에 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2013년 42개교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다가 올해 전국 3204개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한다.
박 정부는 자유학기제 확산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홍보 수단으로 쓰고 있다. 교육개혁이 각 영역에서 더디기만 하니,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것을 부각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사실 자유학기제라는 개념은 지난 2012년까지 우리 교육 현장에 없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 등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우리 현실에 맞게 변용했다. 국·영·수 수업 시수를 줄이고, 지필 고사를 보지 않는 것은 큰 변화다. 한 중학교 교사는 “가위 혁명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을 평가할 때, 숫자로 된 성적이 아니고 진로 교육에서 나타난 소질과 능력을 기술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국어 시험에선 낙제 점수를 받은 아이가 시, 소설 등의 창작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혁명’이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이뤄지고 있는 것은, 학교 현장의 변화 욕구가 절실했다는 증거다. 아이들의 꿈과 재능을 제대로 발견하는 교육에 대한 열망이 용암처럼 끓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열망을 반영한 자유학기제가 앞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그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첫째, 사교육의 틈입을 막아야 한다. 알려진 것처럼, 학원들이 자유학기제 마케팅을 은밀하면서도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다. 자유학기 때 국·영·수 공부가 부족한 것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그런 학원을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 거라고 믿는 학부모는 별로 없다. 중 1년생 모두 학원에 안 간다면 학부모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하는데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교육을 막는 것, 난제일 수밖에 없다.
둘째, 교사들의 헌신과 함께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박 정부의 정책임에도 전교조 교사들이 반기는 이유가 그저 ‘노는 학기’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면 곤란하다. 자유학기의 취지에 맞게 아이들에게 알찬 체험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범 단계에서와 달리 전면 실시하는 상황에서는 교육 지원 기관과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진로체험 교육의 허울을 쓴 시간 때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범 단계에서도 그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있었는데, 전면 실시 때는 오죽할까 싶다. 학교와 교사들은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기관, 단체, 기업들을 부지런히 섭외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그 협력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 당국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 자유학기가 끝나면 다시 원래의 수업 방식으로 돌아가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초·중·고 모든 학기의 수업에 자유학기의 정신이 스며드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행 대입제도 아래서는 불가능한 꿈이다. 결국 대입 혁신을 포함한 교육개혁이 전반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정답이다.
교육전문가 중에는 박 정부가 끝나면 자유학기제도 수명이 다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도 있다.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급변하는 탓이다. 자유학기제가 그런 운명을 겪지 않으려면 기반을 확실히 다져놔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비상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까다로운 정착 요건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전면 확대 실시에 만족하지 말고 내실을 갖추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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