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무제한토론 때 피곤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무제한토론 때 피곤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 선거구 획정안 분석

지역구 3곳으로 늘어나는 충남천안
與예비후보 “더민주 현역 2명 유리”
서울 강서는 더민주 지역위장 반발
8곳 늘어난 경기, 선긋기에 희비교차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45일 앞둔 28일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곳곳에 특정 정당·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획정한 게리맨더링이 숨겨져 있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게리맨더링은 굵직한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선거구 획정보다는 기초자치단체 내 경계 조정 등 ‘디테일’에 숨겨진 경우가 많았다. 상당수 게리맨더링이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게 이뤄져 늑장 획정에 편파적인 획정까지 더해져 정치 신인들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충남 천안 갑·을에서 천안 갑·을·병으로 한 선거구가 늘어나는 천안의 경우 획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두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천안시 측에서 선거구획정위에 정치권의 조정안과 범시민협의체 안 두 가지 방안을 제출했는데, 실제 획정안은 정치권 조정안과 거의 흡사하다. 쟁점은 인구밀집지역인 청룡동과 성정1·2동, 백석·불당동의 경계 조정이었다. 더민주 측은 현행 을 선거구였던 성정1·2동을 갑에 붙이고, 백석·불당·쌍용3동은 을에 남기를 바랐다. 그 대신 갑구에 속했던 청룡동은 병구로 빠져나가기를 원했다.

반면에 범시민협의체는 행정구역상 서북부에 속하는 성정1·2동을 동남구 지역구인 갑구에 넘기는 것은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라는 입장이다. 인구 급증 지역인 불당·백석동을 을에 그대로 두는 것 역시 표의 등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하지만 실제 선거구 획정 결과 성정1·2동은 갑구에, 백석·불당동은 을에, 청룡동은 병 선거구에 배치됐다. 더민주 측 안과 거의 흡사하게 그어졌다. 당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김수진 천안갑 예비후보는 성명서에서 “야당 시장과 야당 두 현역 의원이 바라던 대로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는 더민주 지역위원장이 새누리당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민주 강서을 지역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서울시 강서구 지역 선거구 분구획정안은 특정정당,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게리맨더링 안”이라며 “지자체 건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같은 행정동명을 아무런 명분 없이 쪼개고 동일 생활권을 분리했다”고 비판했다.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화곡 1·2·3·8동은 강서갑에, 화곡본동과 화곡4·6동은 강서병에 편입됐다. 대신 가양1·2동은 을 지역구가 됐고 가양3동은 병 지역구로 쪼개졌다. 이는 강서구청이 선거구획정위에 제출한 획정안과도 다른 것이다. 가양3동은 4년 전 19대 총선에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후보에게 500여 표 졌던 지역이다. 김 의원은 당시 야권 후보에게 869표 차로 힘겹게 승리했다.

8곳의 선거구가 늘어난 경기에서는 어떻게 선을 긋느냐에 따라 여야 유불리가 확연히 바뀌기도 했다. 수원의 경우 애초 여권이 유리한 팔달구가 나뉠지, 야권이 유리한 영통구가 나뉠지 논란이 됐지만 팔달구는 거의 유지되고 영통구가 나뉘게 됐다. 여기에 여권 성향의 권선구가 반으로 쪼개지며 야권이 해볼 만한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인구수만 따지는 획일적 획정과 여야의 힘겨루기에 생활권이 무시됐다는 비판도 있다.

수원시는 성명을 통해 “율전동은 예전부터 장안구를 대표하는 지역이고 영통2동, 태장동도 행정구역상 영통구로 권선구와 생활권, 정서가 다른데 각각 권선과 권선이 중심이 된 신설구로 묶였다”고 비판했다. 용인의 경우 신설되는 정 선거구에 갑에서 마북동과 동백동, 을에서 구성동과 보정동을 옮기는 것은 여야 간 이견이 없으나 병에서 상현1·2동을 붙일지(새누리당), 죽전 1·2동을 포함할지(더민주) 의견이 맞섰다. 결국 획정안은 죽전1·2동이 포함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2대1을 맞추라는 결정에 기계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생활권이 전혀 다른 지역이 합쳐지는 경우도 많았다. 도로 하나만 겨우 연결된 부산 서구와 동구가 한 지역구로 새로 묶이는가 하면, 애초 경산을 사이에 두고 지도에서도 이어진 부분을 찾기 힘든 청도군과 영천시가 한 지역구로 합쳐지기도 했다. 소백산맥 자락의 상주와 태백산맥으로 연결되는 청송이 상주·군위·의성·청송의 한 지역구로 묶이며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을 하나로 잇는 거대 지역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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