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당 내부에는 정치적 지향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어느 정도의 분파 활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가 발전, 정치 개혁 등 미래 비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정을 위임받은 집권세력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최근 4·13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보이는 모습에서 이런 대의(大義)는 찾을 수 없고, 반대로 자파 세력을 보호하고 늘리기 위한 투쟁만 돋보인다. 허구한 날 ‘무슨무슨 박(朴)’ 논쟁을 일삼더니 급기야 김무성 대표까지 연루된 ‘살생부(殺生簿)’파문이 발생했다.

최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의 측근이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 명의 물갈이 요구 명단을 받았는데 거기에 당신 이름이 들어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에게 직접 확인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출처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김 대표와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다. 급기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당에 진실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사실 관계 확인이 쉽지 않은 만큼 일과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안보·경제 위기가 중첩되는 상황에서 집권당이 정치와 국가 발전을 위한 안간힘 대신 이전투구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권당의 권리만 누릴 뿐, 4대 개혁 등 힘든 의무 수행에는 소극적이어서 ‘웰빙당’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도 고질을 고치지 않는 것은 야당 분열로 인해 ‘쉬운 승리’가 가능하다는 오만의 극치다.

새누리당은 과거 당이 어려울 때 국민 앞에 철저히 반성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2004년에는 ‘천막 당사’를 차렸고, 2012년 대선 직전의 총선에서는 당명까지 바꾸며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그렇게 해 놓고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오만에 빠진다면 이번에는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당장 살생부 논란의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 김 대표는 직접 해명하고, 정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을 보이고, 국가와 정치 발전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충원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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