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고에 최고령 신입생으로 입학한 이명순(84·사진) 할머니는 친구 대부분이 현직에서 은퇴해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내거나 세상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지만, 올해 고교에 진학해 배움의 기쁨을 키워가고 있다. 2년 전인 2014년 일성여중에 입학해 만학(晩學)의 꿈을 시작한 뒤 배움의 길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전북 남원시 인월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때는 학교에 가면 말들을 먹이는 풀을 다듬고, 소나무 솔에서 기름을 짜며 뒷산에 가서 소나무를 베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해방이 되고 6·25 전쟁을 겪으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고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게 평생토록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었다.
뒤늦게 2014년부터 학교에 다녔지만 80살이 넘은 나이에 국어·영어·수학·한문 등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오래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허리통증을 참고 강서구 집에서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이용해 등교하는 일부터 교과서 속 깨알 같은 글씨를 읽는 것까지 어려움투성이였다.
이 할머니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옛날을 떠올리며 학업에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대학 진학의 꿈도 꾸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일본어는 과거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했지만 뒤늦게 영어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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