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 한림대 교수·정치학

테러방지법 반대를 이유로 시작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이미 세계 최장 기록인 57시간을 경신했다. 필리버스터의 목적은 ‘소수의 무제한 토론’인데, 토론은 사라지고 분풀이만 남았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분풀이, 대통령에 대한 화풀이, 공천 탈락에 대한 한풀이라는 ‘외침’이 되었다. 위축된 경기로 팍팍해진 생활 속 서민들에게 연설 시간 기록 깨기가 돼버린 ‘무제한 외침’은 본래 의미가 없었다. 그 때문인지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변화가 없거나 1% 떨어졌다.

제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 된 것은 선진화법에 갇혀 무능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제약에 더해 자질(資質)과 사상(思想)이 의심스러운 당선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림으로써 헌정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의회민주주의를 할 의사가 없는 의원들을 솎아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19대 국회의원 23명이 법원 판결이나 기타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제18대 국회의 의원직 상실이 16명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고, 역대 최다 의원직 상실이었다. 정당의 공천 실패 때문이었다.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되고 나면 본격적인 공천 전쟁이 시작된다. 더민주는 지난주 1차 공천 배제 의원 10명을 발표했다. 진짜 국민을 힘들게 했던 핵심 의원이 명단에서 빠졌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운동권 배제’ ‘문제 의원 배제’라는 공천 기준은 더민주 변화의 긍정적인 신호다. 새누리당 공천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이 ‘현역 물갈이론’과 ‘상향식 공천’으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與野) 모두 공천심사의 핵심이 후보자 자질 검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검증을 통해 종북·친북, 막말, 갑질, 비리, 무능 후보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종북·친북이라면 북한 인민회의 대의원이 적격이다. 막말·갑질·비리 후보라면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공직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또, 출신 지역의 이익만 고려하고 국익은 무시했던 현역 의원이나 후보자도 탈락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을 대표하지만 국익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도 국회법에도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외면한 채 출신 지역의 이익만을 고집했던 의원은 공천을 배제해야 한다. 또한, 경제민주화, FTA 반대, 규제 확대, 무상·보편 복지를 주장하며 성장을 외면했던 반(反)시장적인 후보는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니 공천을 주어선 안 된다. 툭하면 광화문광장 농성이고, 면책특권으로 막말을 일삼은 인물, 언행과 품행이 ‘선량’답지 못했던 의원이나 후보자도 걸러내야 한다. 진박·비박, 친노·비노 등 패거리 정치를 조장하며 후진적 정치 행태를 보인 후보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여야는 적어도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만 바라보는 인물, 법안 심사 능력은 없고 운동권 투쟁 경력만 가진 인물, 국익보다 지역 이익을 먼저 주장하는 인물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 대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원칙에 맞는 행동을 할 사람, 합리적 사고에 근거해 행동하고, 직책에 맞는 자기 관리가 된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공천 개혁은 국회 개혁의 시작이다. 각 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선거에서 이기고 또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자질 있는 인물 공천이라는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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