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만 피해
횟집 등 500여 수산물 도·산매 업소들이 입주해 있는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건물 전경. 지난해 말 이 시장에 바닷물을 끌어오는 해수 인입시설이 완공됐지만 총체적 부실공사가 드러나 재시공 등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횟집 등 500여 수산물 도·산매 업소들이 입주해 있는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건물 전경. 지난해 말 이 시장에 바닷물을 끌어오는 해수 인입시설이 완공됐지만 총체적 부실공사가 드러나 재시공 등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진흙·황토 지질상태 무시하고 모래여과 방식 무리하게 설계

시공업체는 비용 줄이기위해 인입관 매설 간격 좁혀 공사

市, 시설공단 관계자 3명 징계… 관리 감독 부실, 유착 의혹도


전국적인 관광 명소이자 대표 수산시장인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의 해수 인입시설이 엉터리로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공사 비용 30억 원(부산시 예산 24억 원, 상인 부담 6억 원)을 날리고 다시 공사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해수 인입 시설은 자갈치 시장 앞 부산 남항 해저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싱싱한 활어 횟감인 어패류를 보존하고 판매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4년 7월 공사에 들어가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부산시는 ‘자갈치시장 해수 인입 노후 시설 개선공사’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난 1월 19일부터 조사반 7명을 투입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해수 인입시설은 설계부터 시공·감독·관리 부분에까지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고 시 감사관실은 7일 밝혔다.

이 결과에 따르면 설계업체 S사는 자갈치시장 앞바다가 진흙과 황토 지질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모래여과 방식의 특허공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배관 5개를 해저면 3m 깊이에 묻어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특허공법은 동해안 모래 지질 등에 적합한 것으로 공법 자체가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자갈치 시장 상인 500여 명의 바닷물 사용량은 하루 1만5000t으로 이 시설의 목표 채수량은 2만t이지만 실제 채수 가능량은 3034t에 불과했다. 시공업체인 Y사와 특허공법업체인 H사도 시공 과정에서 모래 지질이 아닌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설계를 변경하지 않고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바닷물 채수량이 계획량보다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응급처치로 채수관 구멍을 많이 뚫었지만 설계 계획량의 절반 이하인 8400t에 불과했고, 갈수록 채수량도 줄어들고 있다. 시공업체는 또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해수 인입관 5개를 53m 간격으로 매설하지 않고 20m 간격으로 매설해 여과면적이 줄어들게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엉터리 설계·시공에도 관리 감독을 담당한 부산 시설공단 역시 공사중지 명령이나 공법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계속 추진토록 해 유착의혹을 사고 있다. 시는 업체들에 계약 내용대로 충분한 해수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설계 및 재시공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다시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애꿎은 상인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 때문에 상인 500여 명은 “공사가 오래 걸린다면 해저면이 아니라 수중 바닷물을 그대로 끌어와 정수해서 쓰는 방식으로라도 수 개월 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시는 이들 설계·시공 업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하는 한편 공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부산 시설공단 관계자 3명을 징계 조치했다. 김경덕 부산시 감사관은 “조속히 공사를 재개해 상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부실공사 예방을 위해 앞으로 특수한 공법을 포함하는 공사의 경우 시설공단에 맡기지 않고 부산시 건설본부에서 직접 시행토록 개선하고 발주 공사에 대해 시민참여제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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