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부터 지지후보 변경 허용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8일 경선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오는 7월 전당대회 이전에 과반인 ‘매직넘버’ 1237명의 대의원을 확보할 가능성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반(反)트럼프 후보 단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가 중재 전당대회 개최 문제 등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중재 전당대회를 열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는 비(非)선언 대의원의 향배가 관건이 되면서 선두주자인 트럼프가 불리할 것으로 9일 전망했다. 중재 전당대회는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재투표를 하는 일종의 ‘끝장 경선’으로, 공화당에서 중재 전당대회가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1948년이다. NYT에 따르면 중재 전당대회의 1차 투표에는 주 단위 경선에서 지지한 후보를 의무적으로 택해야 하는 선언 대의원 비율이 전체 2472명 중 95%에 달한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인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실시되는 2차 투표에서는 선언 대의원 비율이 43%까지 내려간다. 주별 경선 규정에 따라 30개 주가 대의원들의 기존 지지후보 결정을 뒤집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3차 투표에는 대의원이 172명에 달하는 초대형 주인 캘리포니아가 가세하면서 선언 대 비선언 대의원이 19% 대 81%로 완전히 뒤바뀐다. 이 때문에 중재 전당대회에서 투표 회차가 올라갈수록 트럼프가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전당대회 전까지 과반수에 가까운 대의원을 확보하거나, 반(反)트럼프 진영이 계속 분열된 상태에서 경선이 진행된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실제로 트럼프가 전당대회 이전에 선두주자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셈이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게다가 공화당 지도부가 2012년 선두주자에게 유리하게 바꾼 예비경선 제도가 트럼프를 더 도와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가능한 빨리 선두주자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일찍 본선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만든 제도가 이제는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 오는 15일부터 일부 주가 적용하는 승자독식제야 말로 선두주자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다. 1위 후보가 1%포인트라도 이기면 모든 대의원을 다 가지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가 15일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수 있는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