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주의 급격히 깨져
원인-결과 명확하지 않은 영역
감정-정서의 문제에선 한계”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 현실되나”
네티즌 놀라움 넘어 두려움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벌인 첫 대국에서 패배하자 시민들은 AI에 대한 경이를 넘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계 지배 세상’을 떠올리며 두려움마저 호소하는 등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인문학계도 AI의 진화가 축복일지, 재앙일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으로 대국을 지켜봤다는 박재형(22) 씨는 10일 “영화 터미네이터 속 스카이넷(인간의 사고능력을 가진 로봇)처럼 알파고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만약 알파고가 5판을 다 이길 경우 인간 능력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AI 관련 소설책을 구입했다”며 “유튜브 동영상 등으로 AI 원리도 공부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도 알파고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아이디 한반도@**의 네티즌은 “대국을 보니 알파고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AI 시대가 목전에 왔다는 뜻인데 정말 섬뜩하다”고 말했다. 아이디 Lisvat@**의 네티즌도 “한 분야의 정보가 입력된 AI가 그 분야 챔피언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고 전했다.
알파고의 이번 승리가 인류 사회에 역사를 새로 쓴 만큼 인문학계에서도 AI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인문학·예술 분야에서는 실제 테크놀로지 발달보다 앞서 AI가 바꿀 미래를 전망하고 경고해왔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구체적 현실’로 다가왔다는 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초점은 AI의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모아진다.
인문과 과학의 통섭 작업을 벌이고 있는 진화생물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기계가 못 따라온다고 했던 부분이 창의성, 직관을 바탕으로 한 큰 그림 그리기,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3부분인데, 이제 AI가 직관을 통해 ‘빅 픽처’를 그리는 것까지 가능해졌음을 보여줬다”며 “창의성도 이미 고흐풍 그림을 그리는 AI가 나와 있듯이 인간의 독특성이 아니며, 앞으로 AI가 인간보다 더 직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평론가 김병익 씨는 “AI로 인간 중심주의가 급격히 깨져가고 있다”면서 “인간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서로 삼투해서 공진화할 것이며, 결국 인간과 기계를 얼마나 지혜롭게 융합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AI가 예술과 창의라는 인간의 특성까지 따라잡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그는 “알파고는 감정과 정서의 문제, 원인과 결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인간의 고유영역까지 AI가 대신할 것이란 ‘디스토피아’적 전망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박효목·최현미·유민환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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