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만든 定石 ‘선입견’
“경직된 이세돌 자신이 敵”
‘5000년 역사’를 주장해 온 인간의 바둑 이론이 단 이틀 만에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2연패를 당하면서 이제는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느냐’로 질문이 바뀔 판이다.
프로 기사들은 1, 2국에서 알파고가 놓은 수의 의미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알파고는 기존의 바둑 상식, 정석을 무시하고 철저한 계산을 통해 이기는 수를 찾아간다. 알파고에게 인간이 만든 정석은 선입견일 수도 있다. 프로바둑 기사들은 대국 진행 도중 알파고의 착점을 놓고 악수, 실수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그 악수는 결과적으로 ‘묘수’가 됐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바둑책에서 본 적도 없는 수를 둔다”며 “인간이 너무 무력해지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송태곤 9단은 “바둑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굉장히 혼날 수”라며 “하지만 금기시된 수는 맞는데 실수는 아닌 것 같다”고 놀랐다.
이 9단은 1국에서 변칙수로 선공에 나섰다가 졌고, 2국에선 정반대로 알파고의 강점인 전투를 피해 철저하게 안전 위주의 바둑을 뒀는데도 패했다. 알파고가 어떤 스타일의 바둑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 이 9단은 “1국은 알파고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2국에선 완벽했다”라고 털어놨다.
알파고가 이미 인간을 농락하는 수준에 올라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양재호(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알파고는 자신의 승리로 끝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실수한다”며 “상대가 2단이면 알파고도 2단, 9단이면 9단 수준에 맞추면서 누구에게도 근소하게 이기려고 하는 프로그램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남은 해법은 ‘이세돌 스타일’이다. 김영환 9단은 “이세돌 특유의 현란한 바둑을 두면서 공격해야 한다”며 “너무 경직된 이세돌 자신이 가장 큰 적”이라고 분석했다. 양재호 사무총장은 “알파고는 아직은 이세돌이 최상의 컨디션 때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반격 가능한 수준”이라며 “공격해야 할 때, 주도권을 잡아야 할 때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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