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는 로봇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뎀스터’란 이름의 로봇은 일반적인 명령은 수행하지만 자신에게 손상이 갈 수 있는 명령은 거부한다. 동영상을 보면, 개발자가 로봇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앞으로 걸어가라고 명령하자 로봇은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어서 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한 번 더 명령하면 로봇은 “하지만 위험하다”라고 응대한다. 개발자가 이번엔 “내가 너를 붙잡아주겠다”고 말하자 로봇은 명령을 따른다.
과학자이자 SF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70년 전에 제안한 로봇의 3원칙이 이제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 첫 번째는 인간에게 해를 가해서는 안 되고, 둘째는 명령에 복종해야 하지만, 첫 원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하지만, 단 그 보호가 첫째, 둘째 원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이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세 번째 원칙까지 적용하고 있다. 과학계에선 ‘스스로’에 방점을 둔다. 미국 인공지능진보협회 학회지에 게재된 이 로봇은 기존 로봇과 심급을 달리하는, 이른바 ‘자유의지’를 가진 로봇의 시작으로 평가받았다. 스스로 판단해서 인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영화 ‘터미네이터’ 1편의 결정적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인류가 인공지능 전략방어 네트워크로 개발한 ‘스카이넷’이 마침내 자아를 가지게 되고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전멸의 위기로 몰고 간다. 자기를 인식하는 것, 즉 자기 객관화는 인류가 인류이게 만든 가장 고등한 능력이었으며, AI 연구에서도 최고의 지향점이다. 이세돌과 바둑으로 대결하는 ‘알파고’는 빅데이터의 집약일 뿐이다. 더 단순해 보이는 ‘뎀스터’가 상위 레벨인 것이다.
종교 쪽에서는 프로그램을 입력해야 움직이는 로봇보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우월하고 그래서 인간이 물리적 존재 이상이라고 반박해왔지만, AI의 발달은 그 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사실상 과학에선 인간도 로봇으로 본다. 신이 흙으로 아담을 빚어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마치 로봇에 전원을 꽂은 것과 같다. 인간의 자의식과 고도의 인식체계도 단지 진화의 결과로 인공지능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종교의 ‘영혼’도 같은 차원에서 본다. 철학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한 존재론과 윤리학이 벌써 논의돼왔다.
종교는 어떻게 될까. 천동설이 무너진 지 500년이 지났고 진화론이 나온 지 150년이 지났지만 종교가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영화에서나 보는 본격적인 AI 로봇시대가 돼도 종교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다. 미국 플로리다 장로교회의 크리스토퍼 베넥 목사는 “예수의 구원이 인간에게만 한정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 AI를 포함한 모든 창조물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과 로봇이 같이 예배를 드리는 날도 올 것인가. 오늘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태어난 날이다. 이 천재과학자라면 어떻게 예상할지 궁금하다.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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