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모방 못하는 창의적인 천재 필요”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게 1승을 따낸 것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의 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세돌 9단이 증명한 인간의 무기는 아직까지 컴퓨터가 모방하지 못한 창의력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학 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인간의 영역과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학습한 대로 정해진 틀을 단순히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프로 기사들도 깜짝 놀랄 수를 던진 이세돌처럼 남들이 하지 못 하는 생각을 해내는 창의적인 천재가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프로 기사가 “이세돌이 아니었다면 알파고처럼 높은 수준의 AI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태곤 9단에 의하면 바둑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사가 이세돌 9단이다. 이 9단은 틀에 박힌 기존 이론에 따르기보다 파격적인 수를 즐겼다. 2012년 12월에는 “영어권에 바둑을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며 바둑 전문 인터넷 사이트의 개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바둑계에서 ‘괴짜’로 취급될 정도로 ‘열린 사고’를 하는 특별한 존재가 이세돌이었다. 김찬우(6단) AI바둑 대표는 “알파고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하는 시도를 할 때 버그 비슷한 실수를 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 9단이 알파고 집 안에서 수를 내는 전법을 구사하면서 이 부분을 제대로 공략했다”고 해석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프로 기사들의 분석에서 한 발 더 나갔다. 허사비스 CEO는 4국이 끝난 뒤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고 단점을 알아내 개선하기 위해서 이 9단 같은 창의적 천재가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둑 천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한 수가 바둑의 영역을 넘어 인공지능의 발달에까지 공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복잡다기해지고 전통적인 영역 구분과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에서 ‘창의적 천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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