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23兆 늘어난 514兆
저금리에 투자처 찾지 못하며
기업 여유자금 등 단기부동化


경기 부진 속에서도 예금액이 10억 원을 넘는 고액의 은행 예금 잔액이 50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예치돼 단기 부동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잔액 10억 원 초과 고액계좌(저축성예금·금전신탁·양도성예금증서 기준)의 수신액은 514조8000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23조6000억 원 늘었다. 이로써 10억 원을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5억 원 이하 계좌의 잔액은 586조8000억 원으로 11조1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5억∼10억 원 규모 계좌의 잔액은 56조2000억 원으로 2조1000억 원 증가했다. 10억 원 초과 계좌의 잔액이 여타 규모 계좌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계좌 유형별로 잔액을 보면 저축성예금의 고액계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말 저축성예금 잔액은 976조6000억 원으로 6개월 새 18조9000억 원이 늘었는데 이 중 66%를 넘는 12조5000억 원이 10억 원 초과 고액계좌였다. 금전신탁 잔액은 158조4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5조2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중 8조2000억 원을 고액계좌가 차지했다.

이처럼 고액계좌의 잔액이 증가한 것은 장기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기업의 여유자금 등이 몰린 탓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은 최근 실적 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줄여 현금성 자산이 늘었는데 이를 만기가 비교적 짧으면서도 안전한 금융계좌에 예치해두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2016년 1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1월 통화량(현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화가 쉬운 광의통화 기준)은 2266조9000억 원(평균잔액·원 계열 기준)에 달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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