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통일이 돼 증조할아버지께서 흥남철수 당시 탈출시킨 이산가족들이 북한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 형제들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6·25 전쟁 당시 흥남부두에 몰려든 피란민 10만여 명을 배에 태워 무사히 남녘으로 이끈 작전의 실무 책임자, 고(故) 에드워드 포니 미 해병대 대령의 증손자인 미국인 청년 벤 포니(29·사진)는 1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흥남철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해피엔딩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 교사로 재직했던 아버지(네드 포니)께서 증조할아버지와 친구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내년 말을 목표로 흥남철수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남철수가 전쟁담이 아니라 ‘사람을 구출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지금과 같은 긴장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하면 더 적합한 정책을 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부터 국내 대표적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구보조(research assistant)로 일하고 있는 포니는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미국 국무부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2009년 한국에 와 연세대 어학당에서 1년 반 한국어를 익힌 뒤 한국전쟁기념재단이 펴는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으로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2014년부터 국제지역학(동아시아)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증조할아버지와 한국의 연결고리를 이어나가는 것은 제게 주어진 사명 같다”고 말한 그는 “이제는 4대에 걸친 우리 가족 이야기가 한국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얻게 된 모든 기회가 큰 행운이었다”며 “저 스스로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정말 뜻깊다”고 말했다.
포니는 “북한의 군수 부문을 일컫는 제2경제 군사경제 시스템, 군대 운영 사업, 무역회사, 농장관리 등 군대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토대로 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유지하려는 중국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며 “유엔의 포괄적 제재보다는 미국과 한국 등의 국가별 개별제재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와 체제 전환, 한반도 통일 문제는 따로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김정은 체제와의 협력 문제보다는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개선 문제 해결이 최우선적이며 통일에 앞서 북한을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경력을 쌓은 뒤에는 외교관이나 정책전문가로 미국 정부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미국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남북관계에 이해가 깊은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며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미래에도 한국과 계속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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