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 연세대 교수·경제학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대해 보관료를 부과하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확대 시행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현재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일본 등이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몇몇 선진국도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가장 큰 이점은 시중 유동성을 저축보다 대출로 가게 해서 소비와 기업 투자가 늘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물가가 높아지면서 디플레이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실질금리가 떨어질 경우 내수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는 과도한 자본 유입으로 인한 환율 하락을 막고 통화가치를 평가절하시켜 수출을 늘어나게 하여 경기(景氣)를 부양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비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먼저,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금융 완화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높이고 건설 투자를 늘려 경기의 경착륙을 막는 데는 도움을 줬다. 그러나 성장률을 높이고 경기 부양을 지속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투자 부진의 주원인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원인이 실물의 공급 과잉에 있거나 생산성 저하로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 데에 있다면 완화적 통화정책만으로 기업 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 채널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양국 간 환율은 자국은 물론 상대국의 통화정책에 따라서도 영향 받게 되므로 한 나라의 금융 완화 정책으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시키긴 쉽지 않다. 일본의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 때문에 오히려 평가절상됐다. 또한, 지금처럼 각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경우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시켜 자국의 수출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국제통화를 가지지 않은 신흥 시장국은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선진국보다 적어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평가절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부실기업과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거나 대출 금리가 낮아질 경우 사내유보 이윤이 많은 우량 대기업보다 재무 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의 대출 수요가 증가해 부실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날 경우 부채에 의한 소비가 늘어나게 하면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부동산 버블과 금융회사 부실도 경계해야 한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늘어난 시중 유동성은 대부분 부동산 투기로 몰리게 된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부동산 가격 버블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금융위기의 위험을 높인다. 대출 금리 인하로 예대 금리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져 금융시장의 혼란도 초래할 수 있으며,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통화가 퇴장할 경우 은행의 금융 중개 기능 역할도 약해질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이득이 있을 수 있으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특히, 국제통화를 가지고 있지 않아 급격한 자본 유출로 외환위기 위험이 상존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신흥 시장국은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경기의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사용하는 건 필요하지만, 경기 부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해 주는 경기 대책이 필요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