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기준 점점 더 엄격해져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 기준이 점점 더 엄격해지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등에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리며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방 목적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했지만, 일선 법원에서는 비방에 대한 엄격한 해석과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 등을 들어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구지법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이모 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씨는 2013년 9월 자신이 사는 대구 달서구 근처 미용실 원장에 대해 ‘전날 내가 예약하고 무단으로 가지 않았단 이유로, 같은 휴대전화로 전화한 어머니에게 막말과 반말을 하고 협박을 했다’는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씨가 비록 몰상식, 막말, 반말, 모욕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미용실 원장의 명예감정을 해한 점은 있으나, 위 게시물은 다수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주지법도 지난달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문모 씨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문 씨는 지난해 5월 전주 덕진구 모 회사 앞에서 ‘이 회사는 1940년 조선총독부가 세금 수탈을 위해 만든 것’이라는 만화 인쇄물을 신문에 끼워 넣어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인쇄물 내용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문 씨의 행위는 주요 목적이 공공의 이익이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자체가 사문화되는 추세 속에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9년까지 해당 조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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