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안종관의 보고를 들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 반, 안종관은 방금 서동수에게 민생당이 한랜드의 한강회에 세포를 심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

“김광도 덕분이군.”

“예, 장현주 씨가 조창복 씨하고 같이 일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한강회 조직을 심는 것과 마찬가지야.”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다 같을 수가 없지. 다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는 것이지, 허상이야.”

“그렇습니다.”

안종관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떠올랐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놀라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감동하는 경우도 드물어졌고요. 그만큼 더러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상하이에서 김구 선생이 돈이 없어서 밥을 얻어먹고 다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땐 어렸을 때인데 좀 이상했지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이 풀썩 웃었다.

“김구 선생이 만날 독립운동하고 돌아다닌 것으로 머릿속에 박혀 있었거든요.”

“그렇지, 밥도 먹고 똥도 싸셨지.”

“나이가 들고 세파를 겪으면서 현실을 인정하게 된 겁니다. 김구 선생이라고 허점이 왜 없겠습니까?”

“그렇지, 그걸 싸안아 드려야지.”

“민생당 무리는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민족당 골수 분자들도 말입니다.”

안종관의 눈빛이 강해졌다.

“정치를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안 부장은 머리가 좋아.”

불쑥 서동수가 말했으므로 안종관이 숨을 들이켰다. 서동수는 자주 측근들과 이런 대화를 한다. 안종관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나는 그 머리를 빌리는 것이고.”

“과연.”

안종관이 이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웃었다.

“지도자는 측근의 머리를 빌리면 되지요. 지도자가 다 갖출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지도자라고 한 적은 없어.”

“아닙니다. 장관님은 지도자 품성을 갖추고 계십니다.”

“이런 말이 달콤하게 들리는데 야단났네.”

그러나 안종관이 정색하고 말했다.

“강한 집념을 품고 계시면서도 다 내려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 이것이 장관님의 최대 장점입니다.”

“모르는 소리.”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머리를 저었다.

“나는 자주 도망치고 싶어. 다 내놓고 책임감을 벗어놓고 싶다고.”

“그러시지 못할 겁니다.”

“내가 안 부장하고 유 실장 앞으로 동성그룹의 지분을 좀 떼어놓았어.”

서동수가 말하자 안종관이 정색했다.

“무슨 지분 말씀입니까?”

“나하고 대한연방 일까지 보고 나서 모두 실업자가 될 것 아닌가? 그때 동성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지.”

“아아.”

“왜? 끝까지 끌고 다니려고 하는 내가 징그러운가?”

“아닙니다.”

“안 부장은 여기 부산호텔 지분을 가져가. 한 300억 될 거야.”

“…….”

“유 실장은 남쪽 카지노 소유권을 줬어. 그것도 한 350억 될 거야.”

안종관은 숨을 들이켰다. 이러니 이권에 개입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것이 서동수식 통치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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