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의 승부처인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워싱턴 백악관 인근의 내셔널프레스클럽 8층에 위치한 국무부 외국언론센터(FPC)에서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예비경선 : 2개 핵심 주의 경선 현황’을 주제로 한 브리핑이 있었다. 앨런 리치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가 강사였고,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뿐 아니라 유럽·중동 국가에서 온 특파원 50여 명이 자리를 다 채우고 있었다. FPC의 예비경선 관련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FPC는 지난 1일 ‘슈퍼 화요일’ 경선 당시에는 인근 버지니아주의 경선 현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30석 정도 되는 소형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일부 기자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FPC는 버지니아주 투표소 4곳의 선거관리 책임자를 이미 다 섭외해 놓았고,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 등 각국에서 온 외신기자들이 취재 지원을 받았다.
FPC의 이 프로그램은 미국인들조차도 헷갈려 하는 예비경선 제도를 외국 기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동시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뒤 내세운 ‘스마트 외교’의 핵심인 공공외교를 실제 이행하는 차원의 행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산다’는 미국의 공공외교는 단순한 문화적 교류만을 의미하는 ‘문화외교’를 이미 넘어서 있다. 그만큼 미국은 공을 들여왔다. 국무부에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국이 따로 있고, 그 수장에 차관급을 앉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외교 담당 차관 밑에는 문화·교육, 홍보, 공보 등 3명의 차관보가 자리 잡고 있고, 각 지역국에는 또 별도로 공공외교·홍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의 공공외교가 급성장한 것은 조직·예산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적 자부심에 기초한 개방성과 투명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 민주·공화당의 내부 경선에서부터 국민 참여를 독려한다는 장점만큼이나, 복잡한 절차와 대형 주의 과다 대표성 등 단점도 많은 예비경선 제도의 ‘민낯’을 외국 기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도 이 덕분에 가능했다. 이는 미국 문화와 제도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 친구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는 것을 미국이 일찍이 간파했기 때문에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유일한 ‘슈퍼 파워’ 국가라는 지위로 인해 전 세계에 적도 많지만, 친구도 많다. 각국 엘리트들이 유학 등을 통해 미국 문화에 익숙해서이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적극 개방해온 미국의 오랜 전통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전통이 최근 공공외교 노력과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공외교 모델을 만들어 냈다. 미국에 자극을 받은 중국과 일본, 프랑스, 캐나다, 노르웨이 등이 잇따라 공공외교 확대에 나서게 된 이유다.
한국 외교부도 지난 1월 공공외교 전담 부서를 확대했다. 차관보급인 공공외교 대사를 정식 직제로 만들고, 산하에 국장급인 정책기획관을 뒀다. 공공외교를 전담하는 2개 과도 신설했다. 여기에는 일본이 대미 공공외교 전담 조직인 ‘글로벌파트너십센터’를 발족한 뒤 연간 760만 달러(약 90억2500만 원)를 워싱턴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실을 호도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에 동조하는 친일 인사를 양산하고 있다. 일본의 8분의 1 수준인 15억 원 정도의 공공외교 예산이 책정돼 있는 한국으로서는 공공외교를 위한 전담 조직 확충은 외교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사는 일은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막대한 돈을 워싱턴에 쏟아붓고 있지만, 미국 역사학계는 지난해 5월 일본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전 세계 역사학자들의 집단 성명을 주도했다. 진실까지 왜곡하고 나선 일본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에 대한 집단 항명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외교부가 공공외교의 성공을 원한다면 먼저 개방성과 투명성을 얼마나 갖췄는지부터 자문해야 것이다. 미국이 우리 공공외교의 주요 대상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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