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한 임금이 시각장애인들을 초대해 커다란 코끼리를 만지게 한다. 그들은 각자가 느낀 촉감에 따라 누군가는 나무 기둥이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양탄자나 채찍이라고 우기며 말싸움이 붙는다. 부분을 전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동시에 상대의 말에는 귀를 닫은 채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우기는 아집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기 위한 우화이다.

비행기 안에서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승객들을 태우고 수백t에 달하는 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나는 조종사들의 책임은 중차대하다. 조종사들이 누리는 보수와 사회적 지위는 소중한 생명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막중한 부담감에 대한 대가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 조건은 있다. 조종석의 기장과 부기장, 정비사, 운항관리사, 관제타워, 객실승무원 간의 끊임없는 상호이해와 명확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비행 업무는 독단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종 결정권자인 기장의 흐려진 판단으로 인한 연속된 오판과 불통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승무원들은 정기적으로 CRM(Crew Resource Management)이라 불리는 ‘승무원 자원관리’ 훈련을 통해 관련 부서의 전문가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과 업무 협조 능력을 배운다.

항공업계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비정상 운항사례와 사고를 분석한 결과 항공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기계적 결함보다는 장비와 절차를 다루는 사람의 인적오류(Human error)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리고 사람이 저지르는 부주의와 태만, 독단에 의한 인적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조종사와 항공관제사, 객실승무원 상호 간의 원활한 소통이 결정적인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서로의 임무를 끊임없이 비교 검토(cross check)하는 의사소통 능력, 상대의 실수나 오류를 발견하는 상황인지 능력, 상하 지휘계통에 관계없이 적시에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리더십 향상 등이 CRM 훈련의 목적이다.

비행 업무는 조종사, 관제 전문가, 항공기 기술자 등 어느 한 영역의 전문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승객의 탑승부터 비행, 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협업과 팀워크에 의해 이루어진다. 객실승무원의 임무 역시 탑승객들에 대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기장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안전과 관련된 모든 가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객실승무원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객실승무원 역시 제복을 입고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안전 비행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인식은 업무의 질적 도약을 가져온다.

각자의 개인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 집단 의사결정이 언제나 옳은 방향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의심’,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끊임없는 ‘경청’. 승무원 자원관리 훈련을 통해 배운 3가지 중요한 교훈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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