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에게 악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악기가 나쁘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아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악기를 사려고 가진 돈을 다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빚을 내서 평생을 갚느라 허덕이는 경우도 많다.

연주자에게 악기만큼 중요한 것은 공연장이다. 악기의 울림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공연장이 그대로 받아서 제대로 청중에게 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공연장의 울림이 좋고 나쁘고의 차이는 혼자 연주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연주할 때, 특히 여러 종류의 악기들이 어우러져 연주할 때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오케스트라에 있어 전용 콘서트홀은 악기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오케스트라는 한결같이 모두가 최고의 시설과 음향을 자랑하는 전용 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연주자가 좋은 악기를 사기 위해 집을 팔고 빚을 내는 것을 이해한다면 오케스트라가 좋은 콘서트홀을 갖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콘서트홀을 가질 형편이 못되면 빌려 쓰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늘 머물면서 필요할 때면 언제나 연습하고 연주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최상의 음향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공연장을 짓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까닭에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연주회뿐만 아니라 오페라와 발레, 연극, 무용, 나아가 뮤지컬 공연까지 가능한 다목적 공연장을 만들어서 운영해왔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공연의 어느 장르에도 적합하지 않아 무대에 올리는 데도 어려움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공연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지금처럼 제대로 가동되고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몇몇 지자체들이 나서서 콘서트홀이나 오페라극장과 같이 특정 장르에 적합한 공연장을 새로 짓거나 짓고자 노력하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대구시민회관이다. 오래전 다목적 공연장으로 지어 낡고 낙후된 공연장을 연주회 전용 콘서트홀로 리모델링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적합한 음향조건을 갖춘 까닭에 이곳에 상주하여 전용홀로 쓰고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역량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가 하면, 그로 말미암아 대구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도 날마다 높아지고 있어 연주회마다 매진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구가 이렇다면 다른 지자체라고 안될 까닭이 없고, 서울이라면 더더욱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 막 세계 무대의 문턱에 올라서려는 순간,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는 서울시향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용 콘서트홀의 건립이 중요하다.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비전이 필요하고 희망이 절실한 지금이야말로 놓치지 말아야 할 바로 그때이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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