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시티즌 / 크리스 그레이 지음, 석기용 옮김 / 김영사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국’은 인류에게 두려움을 남겼다. 인공지능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와 있었다. 기계의 인류 지배가 단지 SF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현실을 실감케 했다. 반면, 인간은 아직 인공지능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오더라도 먼 훗날의 얘기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컴퓨터 분야 최고 전문가였던 빌 게이츠조차 1981년 “메모리 640KB이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용량”이란 민망한 예언을 남긴 바 있다.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없고, 기술의 진화는 빠르다. 이미 인류가 인공지능에 대한 대비를 하기에 늦었는지도 모른다.
앞서 유발 하라리(역사학)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2014년 펴낸 ‘사피엔스’에서 “과학기술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공학과 사이보그 기술에 의해 현생인류를 대체할 포스트휴먼(Posthuman)의 등장이 임박했다는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이 포스트휴먼의 대표주자가 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 즉, ‘사이보그(cyborg)’다. 이 용어는 과학자 맨프레드 클라인스가 1960년 ‘우주에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개조된 인간’을 주제로 한 나사(미 항공우주국) 학술회의 발표에서 처음 썼다. 생물과 무생물이 결합된 자기조절 유기체를 뜻하는 것으로, 클라인스는 당시 인간이 장기이식과 약물을 통해 개조될 수 있으며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더 말할 것 없다. 책은 이 지점에서 인류가 다가올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문제를 다방면으로 살핀다. 포스트휴먼과 단순 기계는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부터가 고역이다. 책에는 재미있는 사례가 등장한다.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보면 안드로이드인 데이터가 시민인지 소유물인지를 결정하는 재판에 회부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피부는 생물학적 구조물이고, 의식은 식민지 인간들의 기억에서 추출한 패턴에 근거한다. 말하자면, 매우 정교한 로봇이다. 그는 논의 끝에 시민으로 결정 나는데, 이유는 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기계가 아닌 시민이란 증거가 된 것.
저자는 책에서 이보다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가 가능한가가 포스트휴먼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토론이 벌어지고, 민주주의적 기반이 지켜질 바탕이 만들어지는 미래가 펼쳐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롭고 강력한 기술과학의 시대 안에서 개인은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보호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전쟁과 영토에 대한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사이보그는 무기 시스템의 일부로 변환되는 것이 가능하다. 핵무기 생물학무기, 나노무기들이 개발되면서 전쟁은 큰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이보그는 인류가 갈 수 없는 곳을 들어갈 수 있다. 심해 공간과 우주 공간을 자유로이 드나드는 사이보그만의 영토가 생겨나는 셈이다. 이를 통제할 수 없다면 포스트휴먼의 미래는 어두운 전망이 드리운다.
책은 이 밖에도 성과 인간복제, 가족 등 미래에 닥칠 윤리적 도전들을 던지며 인류가 지혜를 모으길 촉구한다. 이제 인간이 더 이상 자연 그대로의 존재로 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핵심은 기술이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장이 사이보그화의 모순을 해소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인류는 현실을 좇는 변화에 앞서 자유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외침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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