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62) 제주 고운이치과 원장은 제주에서 알아주는 골프마니아다.
지난 13일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만난 이 원장은 대뜸 “이(齒)와 골프의 상관관계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답변을 못 하고 주저하자 이 원장은 웃으며 “치아를 지탱하는 턱관절을 통해 몸의 균형을 잡아주면 골프 스윙이 달라진다”며 “비거리는 10야드, 스코어는 2∼3타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임팩트 순간 이를 악물기 때문에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 중 치아 상태가 안 좋은 선수가 많다”며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아 마우스피스(이 원장은 스프린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를 사용한다면 2∼3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턱관절 교정용 스프린트를 사용하면 턱관절뿐 아니라 인체의 좌우 밸런스를 정확히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원장은 “머리엔 9개 뼈가 조합돼있으며, 턱관절 등 하나라도 밸런스가 틀어지면 허리나 무릎 등에 이상이 올 수도 있고 반대로 턱관절을 풀어 주면 허리의 통증도 풀어줄 수 있다”며 “스프린트는 나이, 증상 등에 따라 17가지 장치로 세분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몇 해 전 협착증으로 허리와 무릎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중증 환자에게 스프린트를 만들어 줬는데 그 환자가 5개월 만에 벌떡 일어선 건 물론 일주일 내내 매일 골프를 쳤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군의관 시절이던 1985년 동서에게 골프채 하프 세트를 건네받은 게 인연이 돼 골프에 입문했다. 이 원장은 전방에서 1년 근무한 뒤 2년은 광주 상무대에서 보냈다. 대위 봉급 27만 원 중 절반 이상을 골프에 투자했다. 연습장 사용료 6만 원, 레슨비 6만 원, 그리고 캐디사용료 2만 원이 나갔다. 오수 시간과 퇴근 후 연습장에 나가 매일 2시간씩 3개월 정도 연습했더니 스윙의 체계가 잡혔다. 당시 광주 송정리 비행장 내 골프장 18홀 라운드 비용은 현역 군인일 경우 3000원 정도였다. 수요일 전투 체력의 날에 라운드를 즐겼다. 이렇게 월급 대부분을 골프비용으로 썼다.
제주 토박이 이 원장은 고교 때 육지로 떠나 군 복무까지 마친 뒤 13년 만에 제주로 돌아와 1987년 치과 병원을 개업했다. 1년 정도 골프를 멀리했지만, ‘유혹’을 뿌리칠 순 없었다. 1998년 100만 원에 제주CC 회원권을 샀는데 그린피와 세금 없이 공짜로 칠 수 있었다.
이 원장의 골프사랑은 유별났다. 평일 새벽 5시 30분에 골프장에 도착해 ‘나 홀로 라운드’를 했다. 혼자서 볼 2개씩을 놓고 쳐도 18홀을 도는데 3시간이 채 안 걸렸다. 라운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병원으로 출근했다. 이렇게 2년 반 동안 골프장을 누볐다.
연말연시에는 아내와 자녀 셋이 모여 새해 소원을 적는다. 이때마다 이 원장은 ‘이븐파’를 적는다. 이 원장은 “골프를 시작할 당시 3개월 동안 제대로 배웠던 게 지금까지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구력 30년이 지났는데도 이븐파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74타. 지난해까지 5∼6회 74타를 남겼다. 늘 3홀을 남기고 부담감 탓에 막판에 보기를 쏟아냈다.
이 원장은 11차례 이글을 남겼다. 이 중 1992년 오라골프장 신코스 1번 홀(현 남코스 6번홀)에서 기록한 첫 이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신 코스를 개장하던 첫날이었고, 회원권을 구입한 뒤 첫 라운드였다. 파4지만 길이가 410m나 되는 핸디캡 1번 홀이었다. 160m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에 올라서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린 쪽에 이 원장이 당시 이글 기념으로 심어놓은 나무가 아직도 있다. 2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이 홀에서 이 원장이 유일한 이글 기록자로 남아있다.
이 원장은 홀인원을 2차례나 경험했다. 2001년 오라 골프장, 2010년 라헨느 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이 원장은 ‘사이클 버디’도 보유하고 있다. 첫 3개 홀에서 사이클 버디가 나왔다. 라헨느 골프장 오션 코스 1번 홀(파4)에서 그린 주변 벙커샷을 그대로 넣어 버디를 잡더니 2번 홀(파5)에서 4m, 3번 홀(파3)에서 2m 버디를 성공시켰다. 초반 3언더파로 시작했지만 너무 ‘흥분’했던 탓에 후반에 잇달아 실수를 남발했고, 결국은 79타가 나왔다. 이 원장은 3∼4일씩 병원을 비울 수 없어 클럽 챔피언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지만 제주 치과의사회의 ‘왕중왕’에 오른 바 있다. 몇 해 전 중문골프장에서 동료 치과의사 60명이 출전한 연말 납회 겸 왕중왕전에서 76타를 쳐 우승했다. 강풍이 불었지만 이 원장을 막을 순 없었다.
이 원장은 고운이치과에 이어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제주 예치과를 개업하고 규모를 키우다 임플란트학회 부회장을 맡고, 규모가 너무 커지자 다시 줄였다. 이 원장 외에 2명의 전문의가 임플란트, 교정, 일반 치료로 나눠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가끔 아내와 라운드를 즐긴다. 제주 도립미술관장을 역임한 한국화가 김현숙 씨가 ‘옆지기’다. 이 원장은 제주 골프 예찬론자 중 한 명. 제주 지역 25개 골프장을 모두 섭렵했다. 간혹 학회 등 모임 때 육지로 나가거나 해외에서 골프를 치고 대개는 제주에서 즐긴다. 이 원장은 “동남아 등 외국에서도 골프를 해봤지만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골프나 인생이나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다”면서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골프, 인생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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