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졸업 거부로 갈등 시작
학교 “교실 치우겠다” 대응


경기 안산 단원고의 ‘기억교실’은 2014년 11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희생학생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 양측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참사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명예졸업식까지 교실을 존치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대책 없이 유지돼 온 기억교실은 지난 1월 졸업식 이후로도 정리되지 않아 재학생과 교사들이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큰 불편을 초래해 유가족-재학생 학부모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단원고는 최근 개조공사를 벌여 교장실·교무실·음악실·컴퓨터실·과학실·특수교실 6개와 고사본부실 2개 등 총 8개 교실을 일반 교실로 바꿨다. 올해 신입생 300여 명이 들어와 12개 학급 교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실 부족 때문에 교장실은 컨테이너에 마련하고, 교사들의 교무실은 도서관으로 옮겼다. 재학생들은 과학, 음악 등 특별활동 때 실험 기자재를 교실로 가져오거나 지하 시청각실을 이용하는 등 임시변통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측인 4·16가족협의회, 재학생 학부모 등은 기억교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올해 1월 유가족들이 단원고가 마련한 희생학생 명예졸업식을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가시화됐다. 단원고 총학부모회는 “당장 교실을 치워버리겠다”고 실력행사를 예고했고, 유가족들은 “좌시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단원고는 참사 2주기인 다음 달 16일까지 10개의 기억교실을 부분 개방해 전 국민적인 추모를 유도하고 5월 6일 교실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5월 중순까지 교실을 정상 운영하기로 했었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이 추모를 위한 영구보존관을 건립하고, 기억교실 내 책걸상과 유가족 물품 및 기록을 별도 보관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2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중재자로 나선 후 이달 17일까지 총 4차례 회의가 열려 양쪽은 추모관과 교내 추모 조형물 설치를 골자로 한 기억교실 이전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약 150명이 참석한 유가족 전체회의에서 10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존치를 요구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것. 4월 16일 2주기까지 양측의 의견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안산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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